동네 병원 앞에서 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병원이라서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길이 좁았기 때문인지 승용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곧장 들어오지 못하고 2∼3m 앞에 멈추었다가 후진하여 주차장을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차가 후진하려하자 주차장을 들어오려던 다른 차량이 경음기를 울려댔고, 그 차량은 다시 전진하는 듯 했다. 이후 후진하여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던 그 차는 또 다른 진입차량의 경음기 소리와 함께 주차장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있었다. 그러기를 4∼5대의 차량과 반복하다가 뒷 차가 오지 않자 그 차는 가까스로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필자도 도대체 어떤 초보운전자가 저렇게 운전을 못하나 궁금했다. 그 차는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천천히 병원 입구 방향으로 왔다. 운전석에서 백발의 70대 중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노인분이 내리더니 조수석으로 와서 문을 열고 차 안에 있는 동승자가 내리는 것을 도와주는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거동이 아주 불편해 보이는 90대 가량 여자 분이었다. 나는 순간 뛰어가서 함께 부축하며 도와드렸다. 물어보니 차에서 내린 분은 운전자인 70대 중반 노인의 어머니였다. 노인이라서 운전이 서툴러 병원 진입을 곧바로 하지 못하고 적어도 10분 정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고생을 하다가 병원으로 들어온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승용차 뒤 유리창에 두 가지 형태의 스티커를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나는 초보운전을 알리는 표시이며, 또 다른 하나는 차 안에 어린아이가 동승했다는 표시이다. 필자는 오늘 오전에 병원에 진입하려는 노인의 운전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우리도 일본처럼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에 ‘노인이 운전’하고 있음을 스티커로 표시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 본다.

일본 승용차에는 새싹마크와 단풍마크 스티커를 볼 수 있다. 새싹마크는 화살 날개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고, 왼쪽은 노란색, 오른쪽은 녹색으로 나뉘며, 새잎처럼 보이기 때문에 초보운전자를 표시하고 있다.

운전면허 취득 후 1년을 경과하지 않은 운전자는 차량의 전후에 의무적으로 붙어야 한다. 만일 부착하지 않으면 위반점수 1점을 부가한다. 단풍마크는 70세 이상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에 붙여야 한다. 75세 이상이면 반드시 붙여야하며 안 붙이면 벌금 2만엔이 부과된다.

만일 오늘의 상황에서 노인의 차량 뒤에 ‘노인이 운전’한다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면 뒤에 오는 차량들이 노인의 차량을 보고 경적을 울리지 않고 양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노인의 기준을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의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비율은 2015년에 전체 인구의 13%에서 2016년 6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이르고 있으며, 2050년에는 일본(40.1%)에 이어 35.9%로 세계 2위가 될 전망이다.

운전하는 노인 역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 노대동에 있는 노인건강타운에는 운전하는 노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승용차 주차장을 매년 넓혀야 하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고 한다. 요즘은 시골에 거의 노인들만이 생활하고 있으며, 시골의 노인들도 가정마다 승용차 1대씩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이처럼 운전하는 노인의 숫자가 급증하기에 인지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약해지는 노인들에 대해 초보운전만큼 상대방 운전자들이 그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일본처럼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에 ‘노인이 운전’하고 있음에 대한 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보호하고 배려하기 위해서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