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광주문화재단과 행복발달코칭센터가 함께하는 ‘인생나눔교실-우주여행’(우리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 참여했다. 인생나눔교실은 선·후배 세대가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인문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그중 기획프로그램인 ‘우주여행’의 대상은 ‘비보호 청소년’들이다. ‘비보호 청소년’은 북한을 탈출한 여성이 중국이나 몽골, 태국 등 제3국에서 낳아 한국으로 데려온 아이들을 일컫는다.

우리에게는 ‘새터민’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있지만 이들은 ‘새터민’으로 불리지 못한다. 부모 중에 한 사람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새터민’도 ‘다문화가정’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인 이들은 그래서 ‘비보호 청소년’으로 불린다.

이 아이들에게 ‘우주여행’ 프로그램은 참 특별하다.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문화탐방을 함께한 아이들은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 치파오(중국 전통의상)는 알아도 한복은 모르는 이들에게 한국 문화는 그저 낯선 문화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 입국한 지 1년도 채 안된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오감 체험을 통해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해야 하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주 한옥마을 탐방은 성공적이었다. 한옥마을에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한복을 마주했다. 낯선 한복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아이들 옆에는 중국어 통역과 멘토 역할을 맡은 한국 대학생들이 있었다. 친구를 자처한 대학생들은 아이들 옆에 꼭 붙어 다니며 그들의 눈높이에서 대화했다. 함께 저고리와 치마를 골라주고, 족두리와 갓을 써보고 전통문 앞에서, 처마 아래에서 같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한국으로 입국하는 것이 두렵고 힘들었을 아이들. 아이들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뛰어 놀고 싶어서 가장 먼저 한글을 배우려 한다고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 이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 곁에는 한아름 품어 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함께 어울려 줄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이를 위해 한국 청소년들과 비보호 청소년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문화를 쉽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친구니까.

2014년 남북하나재단이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비보호 청소년 수는 약 3만 명, 몽골과 태국 등 제3국에서 살고 있는 북한 이탈 여성과 그 자녀까지 합하면 약 1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인생나눔교실에는 대학생들이 함께 했지만, 다음에는 한국 청소년들이 자리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들도 생겨났으면 좋겠다. 한국이 따뜻한 손길로 낯선 아이들의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