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신체적, 지능적 차이로 구분한다. 다른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무거운 짐을 들었거나 유모차를 끌고 가던 사람이 계단을 만났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이들은 영락없이 휠체어를 탄 신체 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이처럼 장애물을 기준으로 신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눠 보자. 장애물을 만났을 때 비장애인은 다소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어쨌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신체 장애인은 스스로 힘으로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을 가로막는 장애는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 속에 있다. 도시나 건축물 같은 생활공간 속에 장애물이 없다면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 굳이 장애인으로 구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활공간에서 장애물을 없애는 일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대해왔던 인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일이기도 하다. 장애물을 설치하고, 신체 장애인으로 하여금 이를 피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을 설치하면서 신체 장애인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장애물을 두지 않음으로써 신체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누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일명 ‘100세 유병 시대’가 된 지금은 누구도 장애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에 놓인 지금, 누구나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신체 능력이 저하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보조 기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인데, 이때 우리의 주변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으로 조성되어 있다면 비록 보조 기구에 의존할지라도 노년의 장애를 극복하며 더욱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장애 없는 세상 만들기에서는 2007년부터 ‘장애 없는 세상 만들기’를 주관하고 있다. 건축 전문인을 중심으로 일반 시민과 시민 단체, 행정기관이 협력하여 건축 및 도시 공간 환경에 설치되어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생명 존중의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지적 장애인 아이들이 거주하는 백선 바오로의 집을 선정하여 일상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장애물을 개선하기로 하였다. 이곳은 선생님 36명과 60명의 장애아이가 거주하는 시설인데,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았다. 따라서 급한 경사로, 협소한 출입문과 현관, 휠체어가 들어 갈 수 없는 화장실 등이 개선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이 활동은 지난 5월부터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3학년 학생들과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대학생들의 장애 체험을 통하여 기존 시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간의 재구성을 설계하였다. 7월부터는 개선 공사에 필요한 실시 설계를 건축사가 진행하였으며, 9월 21일부터는 철거 공사를 시작으로 약 1개월의 개선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개선 공사의 내용은 편리한 경사로의 재설치, 자동문 설치,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거나 휴게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크 설치, 휠체어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화장실 개선, 아이들과 선생님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홈의 레이아웃 재배치, 외벽 단열재 보강, 기존 창호 철거 후 단열 창호로 교체, 붙박이장, 씽크대, 위생 기구 교체 등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사회봉사를 통하여 예비 건축가로서의 대학생들은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타인을 배려하면서 진행되는 설계 수업에 참여함으로써 건축가의 사명감을 몸소 느끼게 되었으며, 사업이 완성되는 과정과 함께 자신도 한층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건축사와 건설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함께 나눔으로써 기존의 장애인을 차별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사회 만들기에 동참하는 흐뭇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예산과 행정 서비스를 지원한 행정관서의 중요성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민·학·산·관이 함께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는 완성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한정된 예산으로 부족한 공사비를 충당해 주신 진아건설(주)에 특별한 감사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