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광주정신을 그리다
2016년 09월 13일(화) 00:00 가가
광주정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정작 광주의 보통사람들은 그 신조어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부 폴리페셔들이나 정치인들은 광주정신을 뱀장수의 단골 레파토리인 ‘비암’처럼 여기는 것 같다. 광주정신은 실체인가? 아니면 실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인가? 광주정신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느껴진다면, 광주에는 민주·인권·평화라는 말이 있다. 광주는 민주의 도시, 인권의 도시, 평화의 도시가 되겠다는 의지이자 표현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보자. 광주가 다른 도시보다 더 민주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다른 도시보다 더 개인의 인권이 보장되어 있으며, 다른 도시보다 더 평화적 방법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가?
비전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철학적 바탕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현실에 반영이 안 되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광주는 다른 지역사람들에게 민주화의 성지로 불린다. 광주의 자랑스러운 역사이고 자산이다. 그러므로 절대로 그것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냉정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으로 광주의 정신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비엔날레를 맞아 많은 외국인들이 광주를 찾고 있다.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광주를 찍고 부산으로 가서 해운대의 화려한 밤바다를 즐기는 그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광주만의 특성을 가지되 동시에 세계적 보편성을 가지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 광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 단언컨대, 바로 그것이 광주의 문화이고, 광주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의 문화와 정신은 현재에도 있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도 이어져 끊임없이 진화하고, 시민의 자긍심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자산이 되어야 한다.
여기 광주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전시가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정영창”전이 그것이다. 광주정신이 광주만의 협소한 틀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적 보편성을 가진 위대한 인류의 정신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화가 정영창은 한국 민중미술의 범주에 속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독일로 유학하여 카셀 미술대학,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을 졸업하였고, 뒤셀도르프에서 30여 년간 특유의 회화 작업을 지속하여 왔다. 1920년대 독일로 망명하였던 조선인 이미륵이 문학을 통해 한국인이 유전자에 가지고 있었으나 미처 잊고 있던 정서를 상기시켜주었다면, 1980년대 독일로 갔던 정영창은 회화를 통해 20세기 격동의 시기를 거쳐, 21세기 초반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극심해진 한국에 자유와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2014년 4월 16일 한국의 남쪽 바다에서 한국 자체의 모순을 드러낸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이른바 세월호 침몰사건이다.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250명 등 총304명이 목숨을 잃었던 모든 과정이 텔레비전에 생중계되었으며, 구조와 사후 수습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총체적 모순이 드러났다. 한국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일본의 침략, 남북분단, 한국 전쟁, 군사쿠데타와 군사독재, 라인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한강의 기적,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의 성취와 그 반동, 세계 최빈국(1950)에서 세계 11위 경제대국(2015)으로의 성장은 한국에 무엇을 남겼는가. 한국은 태풍의 핵 안에 위치하여 오히려 그 소중함을 잊고 있었다. 자유와 민주와 평화의 소중함을 말이다. 극단적 불평등과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우리들 스스로가 그것을 체념하고 당연시 여기지 않았던가. 화가 정영창은 멀리서 우리 한국인들이 간과했던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메시지들이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단편적으로 소개되었다. 그는 한국 분단의 고통을 상징하는 교수 서 승, 가톨릭 신부 문규현, 축구선수 정대세 등의 대형 인물 초상을 통해 예술적이고 품격 높은 방식으로 한국의 분단과 군사독재 시절의 슬픈 역사를 상기시켜주었고, 기존의 한국미술과는 다른 독특한 양식과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관객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 그의 시야는 불행했던 한국의 역사에만 천착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업의 시간적 범위는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100여년에 걸쳐 있으며, 그는 체르노빌부터 후쿠시마 그리고 세월호까지, 카미카제부터 드론까지, 죽어가는 보통사람의 모습부터 아름다운 인체의 모습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그는 예술을 통해 인류의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흑과 백 그리고 생과 사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우리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며 광주정신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이다.
비전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철학적 바탕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현실에 반영이 안 되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광주는 다른 지역사람들에게 민주화의 성지로 불린다. 광주의 자랑스러운 역사이고 자산이다. 그러므로 절대로 그것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냉정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으로 광주의 정신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비엔날레를 맞아 많은 외국인들이 광주를 찾고 있다.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광주를 찍고 부산으로 가서 해운대의 화려한 밤바다를 즐기는 그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광주만의 특성을 가지되 동시에 세계적 보편성을 가지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 광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 단언컨대, 바로 그것이 광주의 문화이고, 광주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의 문화와 정신은 현재에도 있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도 이어져 끊임없이 진화하고, 시민의 자긍심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자산이 되어야 한다.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 그의 시야는 불행했던 한국의 역사에만 천착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업의 시간적 범위는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100여년에 걸쳐 있으며, 그는 체르노빌부터 후쿠시마 그리고 세월호까지, 카미카제부터 드론까지, 죽어가는 보통사람의 모습부터 아름다운 인체의 모습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그는 예술을 통해 인류의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흑과 백 그리고 생과 사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우리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며 광주정신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