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낯선 해남 옥매산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피해 현장 답사를 다녀왔다.

옥매산에 오르기 앞서 당시 일제가 다이너마이트를 저장해 두었던 저장고를 찾았다. 이 현장은 수풀이 우거져 이동이 쉽지 않다는데 안내를 맡아주신 해남옥매광산수몰광부 유족회 박철희 회장님 덕분에 편히 들를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옥매광산이었다. 옥매산은 175m밖에 안 되는 높이지만 경사도가 크고 돌이 많아 오르기가 매우 힘들었다. 옥매산 곳곳에 돌탑이 103개가 쌓여있는데 앞으로 118개까지 쌓을 계획이라고 한다. 돌탑은 수몰 광부 피해자분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위령비 대신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단단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계곡처럼 파인 옥매광산 정상은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모진 노동을 확인시켜주었다. 누가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말했다는데 실제 그랜드 캐니언과 옥매광산의 파헤쳐진 모습을 비교하니 기분이 씁쓸하였다. 더군다나 정상에는 일제가 박은 쇠말뚝을 빼고 세운 작은 기념비까지 있었다.

이어서 이동한 곳은 옥매광산에서 캔 명반석들을 일본으로 옮기려고 지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과거 바다로 레일로 연결된 부두였다. 옥매광산 징용피해자들은 이 부두에서 제주도 요새화 노동에 또다시 강제징용 당하였다. 그런데 해방을 맞아 제주도에서 배로 돌아오던 광부들이 바다에 빠져 죽은 사고가 일어났다.

해남 옥매광산 광부 수몰사고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징용피해사건이라고 한다.

배에서 일어난 화재로 118명이나 바다 속에서 유명을 달리하였다. 더 많은 생존자가 있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가 하나 있었다. 다들 가족에게 주려고 곡식자루들을 가지고 탔었는데 바다에 빠진 뒤에도 머리나 목에 이고 지며 끝까지 버텼다는 것이다.

돌처럼 무거워진 곡식자루를 포기하지 않으려다 결국 힘이 빠져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만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자신의 목숨보다도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강제노동피해자분들의 이야기보다 더 안타깝고 또 화나는 것은, 희생자분들을 위해 위령비라도 세워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에도 아직까지 국가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고등학생이라 큰 힘은 못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위령비를 세우지 못해 너무나 가슴 아파하고 계신 유족회장님과 유가족 분들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