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초등학교 강 교감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지난번 돌봄권역별 협의회 때 말씀드렸던 아이 아버님이 상담을 갈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초등학교 3학년으로 3남매 중 막둥이며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교감 선생님께서 돌봄이 필요한데 지역아동센터를 모르는 아동들을 소개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아이와 아버님이 찾아와 등록했다.

며칠 후 강 교감 선생님이 또 전화를 주셨다.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정말 어려운 아이도 받아주느냐?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할머니가 키우고 계신다. 보호자와 연락이 안 돼 학교에서도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씀하셨다.

교감 선생님은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수차례 아이 아버지에게 담임 교사가 전화를 드렸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방법을 생각하던 중 아동센터를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다.

필자는 “당연히 받아야지요. 제가 그런 아이를 돌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의식이 없이는 사회복지를 못합니다. 지금 바로 오셔도 좋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다.

강 교감 선생님은 전화통화 후 바로 아이와 할머니를 모시고 아동센터를 방문하셨다. ㄱ 자로 굽은 허리를 펴시지 못해 유모차를 자가용 삼아 다니시는 할머니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전형적인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증세를 보이는 아이였다. 강 교감 선생님께서 내게 어려운 부탁을 하시듯 말씀하신 이유가 어렴풋이 감이 잡혔다.

한글 쓰기를 두려워하시는 할머니에 통화가 안 되는 아이의 아빠, 등록 없이 아동센터에서 아이를 받고는 있었지만 방법을 생각하다가 할머니를 모시고 풍암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시원한 물과 친절한 상담으로 할머니를 맞이했고, 의료보험납입 확인서가 없어서 아동센터 등록을 못 하는 상황을 말씀 드렸더니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주민센터라고 하며 서류를 팩스로 받아주셨다. 그리고 풍암동 주민센터에서는 어려운 가정사를 듣고 국민기초수급절차를 밟아 주신다고 하셨다.

이 아이가 바로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이다. 아이는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가끔 할머님댁을 찾는 아빠는 아이와 놀아 주기보다 생계를 위해 새벽같이 공사장으로 출근을 한다고 한다.

할머니는 아들이 건넨 작은 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손자를 키워왔다. 계절에 맞는 옷이나 신발은 사치품이고 맛있는 간식이나 용돈은 상상할 수 없다. 한부모 가정이지만 한부모 신청이 되어있지 않고, 원룸에서 어렵게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지만 국민기초수급자 등록이 안 돼 있었다. 공부를 챙기는 가정의 보호자도 없었다.

지금 이 아이의 수준은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수학은 5미만의 수를 계산하고 한글공부에 받아쓰기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히 지능에 문제가 있지는 않다. 단지 돌봄을 받지 못한, 우리 사회의 아픔이다. 아이의 장래희망은 경찰이다. 멋있어서 경찰이 되고 싶다는 멋을 아닌 아이이다.

이 아이는 할머니가 학교 앞에 서계시면 외면하고 도망간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있는데 나는 왜 엄마가 없냐”며 할머니께 따지며 “학교 앞에 나와 있지 말라고 한다”며 할머니는 한숨을 쉬셨다. 이 아이는 엄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운 것이다. 할머니가 대신하는 엄마역할이 아닌 진짜 엄마 말이다.

그런데 강 교감 선생님은 이 아이를 아들이라고 불렀고, 실제 아들처럼 손자처럼 챙겨주셨다. 강 교감 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아동센터에 오게 되었고, 아동센터에서는 주민센터로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아이를 상담했고, 주민센터에서는 이 아이의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학교가 나서고 지역아동센터가 나서고 주민센터가 나서고…. 따뜻한 마음의 연결고리는 사랑을 싣고 온 마을을 돌아 부메랑처럼 그 아이에게 전달된다. 그것이 진정한 우리 각자의 역할이고 한 아이를 키우려는 온 마을의 정성어린 숨결이다. 오늘 아침에도 제일 먼저 아동센터를 찾은 이 아이를 보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