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보도(7월5일자 6면)를 보니 한국전력공사가 300억원의 개발이익을 남기기 위해 남광주변전소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이 부지는 전원공급시설로 묶여있어 여기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남구청의 도시계획시설(변전소) 폐지 절차가 남아있다. 향후 남구청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전 측의 주장은 간단하다. 남아도는 땅을 고수익이 나는 곳에 투자하여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재정건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말이다. 반면 지역주민들의 주장은 그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변전소가 들어선 1960년대 이후 받아 온 고압전류로 인한 불안감, 소음 등의 고통을 이제 헤아려 달라는 호소다.

어느 측의 주장이 맞을까.

먼저 변전소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여 재정을 확보한다는 한전 측의 주장을 살펴보자.

한전은 공기업이다. 공기업의 사명은 재정건전화가 아니다. 공기업의 사업 대상은 적자가 심하여 사기업들은 외면하는데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전력 사업도 그래서 공기업인 한전이 맡게 된 것이다. 재정건전화를 위하여 공익을 포기하고 사익을 추구함은 애당초 공기업의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말이니 논의 가치가 없는 궤변이다. 또한 재정확보의 근거로 삼고 있는 아파트 건설 운운이 과연 대한민국 굴지의 공기업의 입에서 나올 주장인가. 지금 전국에 신규 물량이 넘쳐나서 아파트 과잉공급이 염려되는 시점에서 오로지 자신들의 재정 사정만을 바라보며 이 판국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발상은 그 아이디어의 천박함과 국가적 사명감 결핍의 끝을 보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변전소 부지에 공원을 만들어달라는 지역주민 측의 주장을 보자.

그간 3만1950㎡의 부지, 거의 만평에 이르는 거대한 변전소 옆에 거주하면서 주민들이 느꼈을 불편함은 너무나 선명하다. 천둥, 벼락이라도 치는 날에는 그 두려움이 얼마나 컸겠는가. 또한 광주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 데 대한 피해 역시 무시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런데 마침 그 공간의 일부가 유휴화되었으니 그곳을 공원부지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무슨 무리가 있는가.

한여름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시달리고 보니, 도시 안에 공원이 부족함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도시가 이렇게 들끓는 데는 열섬효과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광주는 남광주변전소 부지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부지를 찾아내어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주민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원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두 주장 모두 인정될 수 있다. 한전 측의 아파트 건설 주장은 재정확보 때문이다. 그러니 주민 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안은 변전소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면서도 한전 측의 재정확보책을 찾으면 된다. 반대로 지역주민의 공원화 요구는 그동안의 고통을 헤아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니 한전 측의 아파트 건설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해주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풀 수 없다. 한전 측의 주장인 아파트 건설 자체의 타당성이 의심되고, 아파트 건설 주장의 근거인 재정확보 역시 공기업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도 시시때때로 친환경도시와 생태도시를 외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행태는 아파트 건설이요 난개발이다. 이제라도 광주시와 남구청은 지역주민의 의사를 경청하여 생태도시 건설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