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진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고준위방폐물 관리 절차법이 필요한 이유
2016년 08월 19일(금) 00:00 가가
상반기 과학책 판매량이 전년 대비 23% 이상 늘었다는 보도다. 알파고나 증강현실 등 사회적 관심을 모은 과학기술의 성취가 영향을 끼친 데다, 자녀교육과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이끈 결과란다. 과학분야에 대한 이런 관심은 사회적 편견을 해체하고 합리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거 천동설을 믿던 인류가, 현재에는 우주탐험까지 나서게 된 것이 일례다.
물론 이런 진전은 그저 이뤄지지 않는다. 과학적 성과를 국가정책과 국제질서로 정하고 법으로 강제한 결과다. 획기적인 에너지 기술로 손꼽히는 원자력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방적 기술 패권은 찬란한 성과만큼이나 심대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력의 평화적 활용을 위해 원자력발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국제 공통의 약속으로 만들고 각국에서는 관련법에 근거한 정책으로 규정해두었다.
우리나라도 원자력발전을 시작하기 20년 전부터 원자력법을 만들어서 원자력의 연구 개발 생산 이용 및 이에 따른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두었다. 그동안 수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지만, 원자력발전의 결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법은 없었다. 한빛원전을 비롯한 각 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력발전소 내부에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다 지난 11일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이 한빛원전을 비롯한 원전의 고준위방폐물을 빼기 위한 절차법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련법이 있어야 고준위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할지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절차법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의 출발이자, 당연히 있어야 하는 기본요건이다. 법의 내용을 보면 더 그렇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법을 빨리 입법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특히 3가지 점에 주목한다.
첫째, ‘관리 절차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다. 정부는 5단계의 부지선정 절차를 마련하여 고준위 처분장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한다. 제시된 ‘관리 절차법’에 의하면 정부가 특정 부지를 예단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지자체장이 주민의사 확인 없이 유치지역 신청을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법으로 부지 선정 절차를 명시했기에, 한빛원전에 지을 건식저장시설을 고준위방폐장 부지가 선정이 안 된다고 해서 슬쩍 고준위처분장화하는 것이 법으로 확실하게 금지된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가 고준위처분장으로 둔갑할 것을 우려하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쪽이나 원전을 반대하는 쪽에서 ‘관리 절차법’의 입법화를 더 환영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관리위원회’의 설치 조항이다.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 업무를 실행할 조직이야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민간전문가로 이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명시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정말 원전을 걱정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지역의 한빛원전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빼가기를 원한다면 법으로 담보된 관리위원회에 적극 참여하여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속담을 기억하면 된다.
셋째, ‘유치지역지원위원회’를 국무총리소속으로 설치한다는 규정이다. 국무총리와 관계부처장관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된다는 대목에 기대한다. 그동안 한빛원전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지역주민이 느끼는 체감적 변화는 천차만별이었다. 또한 원전지역이라는 심리적 부담 속에서도 지원 문제를 얘기하면 마치 안전을 담보로 눈앞의 이익을 요구한다거나 지역이기주의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았다. 법이 통과되면 이런 부담 또한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리 절차법’에 의해 고준위방폐장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이 명문화된다면, 우리 지역의 현안 문제인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인 건식저장시설 설치와 운영에 따른 지역지원 문제도 보다 명쾌하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우리 앞에 놓인 큰 산을 넘는 일이다. 산을 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지만, 산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목전의 현실이다. 정책과 법은 이 산을 넘는데 유용한 도구다. 산이 미울수록, 빨리 넘고 싶을수록 적절한 절차는 힘이 된다. 다행히 함께 산을 넘어야 할 정부도 절차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법이라는 도구를 제시하고 있으니, 이 도구가 더 유용해지도록 지혜를 모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도 원자력발전을 시작하기 20년 전부터 원자력법을 만들어서 원자력의 연구 개발 생산 이용 및 이에 따른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두었다. 그동안 수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지만, 원자력발전의 결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법은 없었다. 한빛원전을 비롯한 각 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력발전소 내부에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다 지난 11일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첫째, ‘관리 절차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다. 정부는 5단계의 부지선정 절차를 마련하여 고준위 처분장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한다. 제시된 ‘관리 절차법’에 의하면 정부가 특정 부지를 예단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지자체장이 주민의사 확인 없이 유치지역 신청을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법으로 부지 선정 절차를 명시했기에, 한빛원전에 지을 건식저장시설을 고준위방폐장 부지가 선정이 안 된다고 해서 슬쩍 고준위처분장화하는 것이 법으로 확실하게 금지된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가 고준위처분장으로 둔갑할 것을 우려하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쪽이나 원전을 반대하는 쪽에서 ‘관리 절차법’의 입법화를 더 환영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관리위원회’의 설치 조항이다.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 업무를 실행할 조직이야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민간전문가로 이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명시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정말 원전을 걱정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지역의 한빛원전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빼가기를 원한다면 법으로 담보된 관리위원회에 적극 참여하여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속담을 기억하면 된다.
셋째, ‘유치지역지원위원회’를 국무총리소속으로 설치한다는 규정이다. 국무총리와 관계부처장관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된다는 대목에 기대한다. 그동안 한빛원전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지역주민이 느끼는 체감적 변화는 천차만별이었다. 또한 원전지역이라는 심리적 부담 속에서도 지원 문제를 얘기하면 마치 안전을 담보로 눈앞의 이익을 요구한다거나 지역이기주의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았다. 법이 통과되면 이런 부담 또한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리 절차법’에 의해 고준위방폐장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이 명문화된다면, 우리 지역의 현안 문제인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인 건식저장시설 설치와 운영에 따른 지역지원 문제도 보다 명쾌하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우리 앞에 놓인 큰 산을 넘는 일이다. 산을 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지만, 산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목전의 현실이다. 정책과 법은 이 산을 넘는데 유용한 도구다. 산이 미울수록, 빨리 넘고 싶을수록 적절한 절차는 힘이 된다. 다행히 함께 산을 넘어야 할 정부도 절차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법이라는 도구를 제시하고 있으니, 이 도구가 더 유용해지도록 지혜를 모으지 않을 이유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