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공립대학 총장선출 및 임용과정에서 드러난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사회와 정치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렇다 할 설명이나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정부의 ‘창조경제’ 모토를 실천하기 위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학이 창의적 교수·학습의 장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대학현장 경험이 전무한 행정관료의 교육정책에 휘둘려 대학을 성과와 능률만을 추구하는 고등취업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 국회의원들은 교육정책 집행기관을 교육부가 아닌 교육자문위원회로 대체하자는 법안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발의하는 데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이래로 교육부는 국·공립대 선진화 방안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헌법과 교육공무원법이 보장하는 총장 직선제를 학칙으로 채택한 대학에 편법적으로 행정·재정적 불이득을 가하고 있다. 대학입학 정원수의 감소와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매년 재정 상태가 어려워진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교육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총장 간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총장 직선제 시행 이후 줄곧 유지되던 총장후보 1순위자의 총장임용 관행이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간선제를 통해 추천된 총장 후보자마저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임용하지 않으며 총장공백상태를 방치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러한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대학 내부의 갈등이 증폭되고 총장공백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국·공립대학의 현실이다. 국민 대부분은 최근 대학 총장선출과 관련된 논란을 단순히 총장을 어떻게 뽑느냐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 민주화와 대학 민주화의 결실인 총장 직선제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학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총장 직선제를 지지, 회복코자 하는 대학구성원과 이를 저지하여 대학을 정부의 지도 감독 하에 두려는 교육부간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전남대는 거점국립대 최초로 지난 1988년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여 2012년까지 총장 직선제를 시행했지만 2012년 교육부의 행정·재정적 압박에 굴복하여 학칙을 간선제로 개정한 이후 타 국·공립대학처럼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즉 간선제 총·학장제도를 통해 일방적인 대학 지배체제를 확보한 교육부는 총장에게 무소불위의 인사권과 행정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간선제로 선출된 총장의 대부분이 과거 직선제 총장과는 달리 대학구성원과의 민주적 소통에 소홀하고 무소불위의 인사와 공채 전횡을 휘두르는 등 폐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총장 간선제는 대학 내 갈등을 심화시키고 대학 발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전남대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총장과 교수회가 합의하여 차기 총장선출안을 대학구성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하였다.

교수회장의 단식 및 이에 대한 전국 국공립대학교 교수회연합회와 학생회의 지지·격려가 총장의 양보를 이끌어내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대학구성원 투표는 대학의 자율성 회복을 위한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향후 전남대에서 실시할 대학구성원 투표에서 총장선출안이 확정되면 총장과 평의원회는 대학구성원의 민의를 존중하고 차기총장선출 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전남대가 직선제안을 채택하더라도 교육부는 대학에 제재를 가하는 편협한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 운영을 통해 21세기 창의적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으로 쟁취한 대학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남대와 조선대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시길 광주·전남 지역민께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