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전통시장이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넘치는 인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나 대형마트의 등장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상인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광주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한 곳은 대인시장이다. 농산물공판장과 버스터미널이 있던 시절의 대인시장은 청과물 도매시장으로, 생선·건어물시장으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그러다 터미널이 옮겨가고 주변에 대형유통점이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듬성듬성 빈 점포가 늘어가던 무렵 지역문제를 고민하던 뜻있는 작가들이 하나 둘 시장에 둥지를 틀면서 자연스레 예술시장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2011년 10월 시장 활성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야시장을 처음 기획한 대인시장은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지난해 지역문화브랜드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났다.

광주에서 손꼽는 전통시장으로 남광주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남광주시장은 광주 어느 곳보다 수산물이 유명하다. 남광주역이 있을 때 벌교, 보성 등지에서 꼬막이며 생선을 머리에 인 아낙들이 북적이던 것이 오늘날 수산물시장과 새벽시장의 명맥으로 이어졌다. 그 동안 동구는 남광주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건립 등 다양한 인프라 구축사업과 경영혁신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더해 오는 10월부터는 남광주역 기차를 모티브로 한 먹거리 중심의 야시장을 야심차게 선보인다.

동구는 남광주야시장에 10억원을 투입해 수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남도음식, 다문화음식 등 ‘아시아푸드 존’으로 특화해나갈 계획이다. 매주 금·토요일 일몰 이후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는 남광주야시장은 30팀의 이동 매대 상인모집에 4대 1의 경쟁자가 몰리며 성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달과 별을 미디어아트로 형상화한 경관조명을 도입하고 남광주역을 모델로 한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 등 문학작품들도 시장 곳곳에 입힐 예정이다.

여기에 내년 말까지 15억 원을 들여 조성하는 20여개의 남광주해뜨는시장 청년몰이 가세하면 남광주시장은 서울 밤도깨비야시장, 부산 부평깡통야시장, 대구 서문야시장 등과 함께 전국의 이름난 야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민관이 힘을 합쳐 전통시장의 변신을 꾀하는 이유는 시장의 몰락과 상인들의 생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에 앞서 지역경제 선순환구조의 중요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성장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가의 매출하락과 정비례해왔다고 한다. 대형업체들은 뭉칫돈을 벌어 본사로 가져가면 그만이지만 지역 내 중소상인들이 번 돈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다시 소비되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야시장에 소요되는 식자재 또한 광주와 가까운 전남의 농수산물을 이용하게 되면서 도시와 농촌의 상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야시장은 또 전통시장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옮기는데도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간에 영업하는 근대의 전통시장은 야간에 문을 여는 대형마트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야시장은 20·30대 청년 상인들의 유입과 볼거리가 있는 문화공연을 갖추고 대형마트에는 없던 쇼핑과 관광을 겸한 야간상권을 오픈하면서 새로운 매출원이 발생하게 됐다. 여기에 인근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문객 유입이 이어진다면 관광콘텐츠 구축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전통시장의 이유 있는 변신에 지역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성원을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