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서비스에 불편함은 없으셨죠? ‘매우 만족’ 부탁드립니다”, “매우 만족 ‘10점’ 서비스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기업체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은 경우, 공공기관에서 행정서비스 처리를 하고 난 후 어김없이 보고 듣는 말이다.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기업에서는 고객에게, 지자체나 정부 기관에서는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후 그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게 되는데, 기관에 따라서는 이 결과를 가지고 임금 산정이나 승진 등 인사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서비스의 성과를 몇 가지의 산출(output) 지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계산해 내는 정량평가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주관적인 만족도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정성평가로 나눌 수 있다.

만족도 조사는 민간에서 마케팅 차원에서 도입된 후 공공부문에서도 수요자 중심의 쌍방향적인 행정서비스 발전을 위해 대부분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서비스별, 프로그램별, 기관별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경우도 있고, 언론사나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등이 주관하여 품목별, 서비스별, 기업(기관)별, 산업별로 고객만족도 지수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한 두 개의 설문 문항(“서비스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십니까?”)으로 측정하기도 하고 수요자가 기대하는 수준, 가치, 만족도, 충성도 등을 다양하게 측정하여 종합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어떠한 서비스에 대해 주관적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서비스의 효과에 대한 직접적인 환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는 특정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인지도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고 새로운 수요를 예측할 수 있으며 수요자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 상품이나 서비스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만족도 조사결과의 환류는 강점은 유지 또는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약점이나 미흡한 부분이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하여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선순환을 위하여 실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고객 만족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러한 평가가 나오게 된 이유와 상황을 분석하여 개선 방향을 찾기보다는 담당자를 징계하거나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결과만을 놓고 부정적인 환류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러니 서비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낮은 점수를 받지 않도록 ‘매우 만족’을 애걸하게 된다. 때로는 서비스를 받는 쪽에서 이를 악용하여 “그렇게 하면 낮은 점수를 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만족도라는 것은 사람의 감정이기 때문에 점수화하지 않으면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좋았어요”라고 하는 것보다는 “5점 만점에 4점 정도”라고 하는 것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어느 정도는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만족도 조사의 신뢰성이나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점수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 조사는 누구에게, 언제, 어떤 문항으로, 어떤 방식으로 묻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또한, 서비스는 한 가지 방향이나 차원으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므로 여러 가지 차원을 고려하여 만족도가 측정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방식과 문항, 대상자에게 조사한 결과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되고, 조사 결과는 본래의 목적(서비스 평가를 통한 서비스의 질 제고)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통계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흔히 공무원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민원’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고객만족도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제기된 민원에 대해 전후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합리적인 처리를 하거나 비슷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 자체를 두려워하여 소극적인 행정서비스를 펴는 경우도 있다. 만족도 결과의 형성적 환류를 통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질 높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