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극심한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느 지역에선 물이 부족해 가축과 경작물이 고사하는가 하면, 다른 곳에선 홍수로 수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1274㎜이나 이 중 3분의 2가 여름에 집중되고 있고, 전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인 까닭에 하천 경사가 심해 홍수기에 많은 물이 일시에 바다로 유출되고 있어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보면 매우 불리한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UN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2030년경이면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가량이 물 부족 지역에 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천 취수율이 36%로 물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군에 속한 우리나라도 향후 물 부족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돼 대체 수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수자원 개발은 다목적댐, 광역 상수도 연결, 지하수 이용과 대체 수자원으로 중수도 활용이 권장되고 있으나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빗물을 이용한 물 순환이다. 빗물이야말로 모든 수자원의 근본인데다 댐이나 지하수, 중수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비 투자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2016년 환경부 공모사업인 ‘물 순환 선도도시’에 선정되어 빗물을 이용한 생태도시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있다. ‘물 순환 선도도시(촉촉한 도시)’란 빗물이 땅으로 잘 스며드는 투수(透水) 블록을 설치하거나 식물로 만들어진 식생 수로 빗물정원 등 저영향개발기법(Low Impact Development)을 도시 곳곳에 적용해 기존 도시보다 빗물 저장능력이 뛰어난 도시를 말한다. 이는 빗물에 섞인 오염물질이 하천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도시 침수, 가뭄 등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 도시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시 빗물 분산관리를 위해 도입한 빗물을 침투·저류시키는 기법은 수질개선, 빗물 유출저감, 열섬완화 등 다양한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는 2002년에 빗물 분산관리 조례를 제정한 이후 부유물질, 질소·인 등 수질오염이 60% 이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고, 독일 크론스베르크 주거단지는 빗물(우수)관 없이 식생 수로 주거단지 개발 이전의 물 순환량을 회복하고 있다. 베를린 시는 불투수면을 줄여 여름철 기온을 최대 3℃가량 낮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북 오창에 빗물유출 제로화 단지가 조성됐는데 조사결과 빗물 유출량의 17.5%가 감소해 비점오염 저감에 따른 수질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광주지역 빗물이용시설에 대한 수질 특성을 연구해 계절변화에 따른 시기별 수질 특성, 저류 시간 경과에 따른 빗물의 수질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빗물은 강우 초기뿐만 아니라 일정기간 저장 이후에도 건강상 유해물질 등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광주의 빗물은 계절적 특성에 따라 황사가 있는 봄철이 여름철에 비해 탁도, 색도 등이 약간 높았으나 10일간 저류시킨 후에는 pH는 약알칼리성으로 변하고 색도와 탁도도 먹는물 수질 기준 이내로 나타났다. 우리시의 빗물이 충분히 수자원으로서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은 수돗물을 사용하는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해 물의 유한성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공감대가 낮은 실정이다. 2012년 OECD는 우리나라가 ‘물 스트레스’가 40%에 달하는 물 부족 국가이며, 2030년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물 부족이 가장 심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광주시가 물 순환 선도도시에 선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 부족, 수질오염, 열섬효과, 도시형 홍수 등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관 개선 등을 통해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순환 선도도시 시작은 빗물 이용부터라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퍼져 빗물 관리 패러다임이 바뀌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