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아이들도, 영글어가는 청년들도, 세상을 먹여 살리는 어른들도 손가락을 또닥거린다. 공부를 해도, 농사를 지어도, 회사에 다녀도 고개를 숙이고 네모난 창을 들여다보며 손가락을 깔짝거린다. 스마트폰이다. 아침에 깨어나면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손에 쥐고 사는 사람들 많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날씨를 찾고, 아내에게 맛있는 식탁을 차려주고픈 젊은 남편은 요리를 찾고, 놀아줄 사람을 찾는 아이들은 놀이를 찾는다. 나들이할 곳을 찾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사랑을 찾는 방법까지 온갖 세상일들이 스마트폰 안에 있다. 흔한 말로 ‘내 손 안에 있소이다’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열고, 스마트폰으로 생각을 모으고, 스마트폰으로 삶을 꾸린다.

손 안에 들어온 세상, 스마트폰 속에 펼쳐진 세상이 바로 ‘웹’이다. 거미줄이란 뜻을 가진 웹. 우리는 웹에서 여러 정보를 얻고, 삶을 엮어간다. 웹은 우리의 친구이자 선생이기도 하고, 함께 사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웹에서 만나는 정보들이 바로 ‘콘텐츠’다. 콘텐츠는 셀 수 없다. 만화를 그려서 재미를 주고, 소설을 써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만화를 동영상으로 만드는 애니메이션, 실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아이디어 상품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들은 웹툰, 웹소설, 웹애니, 웹광고란 이름으로 이미 정착되었고, 그 수요와 공급이 엄청나다.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알맞게 30초에서 3분 정도로 구성된다. 이를 전문가들은 ‘스낵컬쳐’(Snack culture)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간식을 먹듯 짬짬이 콘텐츠를 즐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도 모르게 스낵컬쳐는 삶을 채우는 간식이 되었고, 앞으로 스낵컬쳐는 우리의 중요한 양식이 될 것이다.

스낵컬쳐로 만들어지는 웹콘텐츠는 많다. 춘향이 사설처럼 길고 긴 드라마도 짧게 웹드라마로 바뀌고 있고, 짧은 시간에 깊이와 지식을 제공하는 웹다큐, 춤이나 노래를 비롯한 재능을 꽉 차게 만드는 웹엔터테인먼트도 있다. 식물이나 동물을 기르는 취미,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본 후기, 국내는 물론 외국여행을 다닌 이야기, 맛집을 찾아 요리를 즐기거나 실제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웹콘텐츠들은 이미 우리가 자주 만난다. 공부를 잘하거나 노래와 연기를 잘해서 이름 짜해지는 시대가 지났다. 모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웹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된 웹콘텐츠는 밥벌이 수단으로 충분해졌다.

무엇보다 1인 방송을 하는 웹콘텐츠창작자들이 있다. 크리에이터나 비제이(BJ)라고 불린다. 게임관련 방송을 하는 대도서관(나동현), 대도서관의 부인이자 인기 BJ인 윰댕(이유미), 어린이 대통령으로 불리는 도티(나희선), 자신의 성과 띨띨하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양띵(양지영), 시사문제를 속 시원하게 털어주는 국범근, 17만 태국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빠까올리(홍진기),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데이브, ‘섭이는 못 말려’라는 유머 채널을 운영하는 조섭, 먹는 방송의 끝을 모르게 하는 최고기(최범규), 쉽고 재미있는 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짱피디(장주영). 모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콘텐츠로 만들어 공급한다.

무엇이든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 크리에이터(BJ)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들 수입 또한 웬만한 대기업체 임원들을 넘어서기도 한다. 새로운 직업이 되었고, 산업화가 되었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이런 크리에이터들이 모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모였다. 이들뿐 아니라 곽토리, 램램, 안재억, 김재인 등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모였다. 80년 ‘민주’란 주먹을 불끈 쥔 사람들이 모였던 5·18민주광장에 ‘스마트폰’을 불끈 쥔 사람들이 5만 명이나 모였다.

웹콘텐츠를 내걸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페스티벌. 크리에이터들은 사인회는 물론 크리에이터가 되는 조건과 준비를 말해주었고, 컨퍼런스에서는 웹콘텐츠의 혁명과 포맷 그리고 미래를 짜임새 있게 설명했다. 웹콘텐츠에 투자하려는 여러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했고, 광주는 문화수도임을 알렸다. 포털 다음에서 실시간 검색 2위를 기록했고, 포털 네이버의 뉴스 노출은 6000건이 넘었다. 광주가 웹콘텐츠의 메카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광주는 웹콘텐츠의 인재를 양성하는 산실이 되어야 하고, 웹콘텐츠의 생산기지가 되어야 한다. 미래의 먹을 거리는 웹콘텐츠에 달려있고, 광주는 그 중심에 서 있다. 우리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는 한 우리는 모두 웹꾼이다. 웹꾼들은 우리가 할 일을 누구보다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