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팽목항은 한 서린 맹골만를 바라보면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토해낸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에게 점점 잊혀져 가고 있지만 아홉 명의 넋은 2년이 훨씬 지난 시간 속에서도 아직 세상구경을 못하고 있다.

발달한 기술수준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이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니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못해 가슴 터질 노릇이다.

이런 와중에 인양업체가 결정되고 현장에서는 다음달 인양을 위한 준비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세월호를 인양한 후 목포신항으로 옮겨 정비를 한 뒤 진도로 옮긴다는 것이다. 최근에 필자는 여러 차례 이 문제에 대한 지역여론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발생 초기 우리 지역을 하루빨리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일정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어차피 세월호는 우리가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니만큼 진도에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 같다.

왜냐면 지난 2년 동안 진도는 알게 모르게 유·무형 피해를 많이 보았다. 따라서 앞으로 세워질 기념공원이나 안전 체험관 등 부근에 세월호를 옮겨놓음으로써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옳다고 본다. 안전의식을 함양하는 산교육장 역할도 할 수 있어 더욱 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 답은 명확하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하와이를 가면 반드시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당시 침몰한 ‘애리조나호 기념관’을 찾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인들은 약 2000명이 숨진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방심한 전쟁의 교훈’을 듣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뼈아픈 세월호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도록 사고 현장인 진도에 세월호를 옮겨 놓아야 한다는 점은 명약관화해진다.

필자는 이러한 여러 가지 점과 지역 여론을 감안,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세월호는 진도를 떠나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다. 인양하는 순간 세월호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 분명한 데 아무런 관련이 없는 목포로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진도인들에 여파가 미친 경제적 손실과 부정적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진도에 두어야 한다는 게 진도인들의 여론이다. 대책위나 관계자들은 정비 후에 다시 진도로 유치하면 된다고들 하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인양선이 필요로 하는 수심이 맞지 않아 불가피한 점이 있다면 사고현장이 보이는 지점이나 조도항 인근에 유치해서 정비를 하면 될 것이다.

현장과 멀리 떨어진 목포 신항을 고집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유가족 입장에서 보더라도 사고 현장에 와서 보아야 현장감각도 있고 아픈 심정을 어느 정도라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역여론도 찬·반으로 갈리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대승적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현명함도 있어야 되지 않나하는 판단이다.

둘째, 여러 가지 세월호 관련 기념관이나, 추모공원, 안전체험관 등이 들어서는 팽목항 부근이 최적지라는 것이다. 준설 등을 통해 최근접 지역으로 옮겨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으나, 그것이 어렵다면 조도항 부근이라도 인양 후 고정된 정박시스템으로 운용하면 어떨까 싶다.

각종 기념시설이나 교육용으로 활용해야할 계획이라면 구태여 목포로 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교육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약간의 세척작업 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사고원인에 대한 교훈이나 사고예방 교육면에서 활용가치가 높지 않을까. 정비나 수리를 계획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재고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원형보존을 하지 않고 정비를 한다면 교육적으로나 교훈적인 측면에서의 가치가 그만큼 저하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고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허점을 넘보고 있다. 역사의 뼈아픈 교훈을 되살리는 길은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울타리를 튼튼히 쌓는 길’이 될 것이다.

정부는 세월호를 어디에 두는 것이 그동안 피해를 입으면서도 사태해결을 위해 애써 왔던 진도사람들을 위한 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