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음’의 도시재생과 인문적 사유
2016년 07월 29일(금) 00:00 가가
류 재 한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아시아문화학회장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아시아문화학회장
1970년대 이후 세계의 도시들은 세계화 및 정보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동으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및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을 활용하였다. 이러한 도시재생은 도시의 이미지 제고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화적 도시 재생도 인문적 사유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기존의 도시 정비 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도시재생의 가장 큰 목표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의 제고보다 공동체 정신의 회복임을 간과한 결과였다.
광주의 현실은 어떠한가? 삶터의 무늬를 오롯이 새길 수 있는 건축과 도시가 아니라 천편일률적으로 틀에 맞추어 찍어낸 건축과 도시재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 개발과 도시 재생은 모든 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무늬인 ‘지문’(地紋) 즉 터무니(터에 새겨진 무늬)를 지워버리고 획일적이면서도 ‘낯선’ 콘크리트 블록으로 마감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인간의 삶의 기록이자 이야기 즉 ‘지문’(地文)으로서의 건축과 도시를 포기한 도시 개발과 재개발의 결과이다.
토목과 건축 기술자들이 주도했던 광주의 도시재생과 도시 만들기는 주민들을 행복하게 했을까? 주민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도시에서의 주민의 행복은 도시가 지녀야 할 근본적 가치이다. 도시재생과 도시 만들기는 이와 같은 근본적 가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단순히 물적 공간의 조성과 정비, 개선만이 아니라 인간 즉 주민과 공동체를 배려한 도시재생과 도시 만들기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주민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고민(즉 인문적 사유) 없이 물적 공간에 대한 정비를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은 인간을 생각하지 않은 ‘비인문적’ 도시재생과 도시 만들기로 전락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삶과 공동체에 대한 ‘철학적 타깃’이 없는 도시설계나 도심재생은 실패하게 된다는 말이다.
인간을 생각하지 않은 ‘비인문적’ 도시 설계와 재생의 아이콘인 미국 세인트루이스(Saint-Louis)의 ‘프루트이고’(Pruitt-Igoe) 주거 프로젝트는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들의 벽 속에 갇혀 있는 광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50년 흑인거주 밀집지역에 조성된 주거단지의 건설은 ‘프루트 Pruitt’(흑인 거주자들을 위한 공간)와 ‘이고 Igoe’(백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나뉘어 추진되었다.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따로’ 살게끔 만든 이 주거 단지는 편을 나누고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주거 단지는 흉악범죄의 온상이 되었고, 그 이면에는 ‘따로’ 살게 만들었던 비인문적 발상이 있었던 것이다.
최근 세계 주요 도시들은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를 지워버리는 ‘낯설음’의 도시재생이 아니라 고향과 같은 ‘낯익음’ 즉 ‘고향성’의 회복을 통해 괄목할만한 도시재생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성공 사례를 들어 보자. 인간의 추악한 욕망으로 산업폐기물과 오염물질로 넘쳐나 버림받았던 곳을 예술로 재탄생시킨 일본 나오시마의 사례는 ‘낯익음’의 도시재생의 좋은 본보기이다.
그 중 나오시마 대중목욕탕 ‘아이러브유 /I♡湯’은 예술로서 섬사람들의 기억, 즉 고향성을 회복해준 좋은 사례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탕(湯)”은 일본어로 “유”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러브유”는 “난 목욕이 좋다”와 “난 너를 좋아해”를 모두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미술관이 된 목욕탕 속에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탕(湯)” 속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과거의 기억 속에 몸을 담그는 행위로 이는 결국 기억의 회복이자 고향성의 회복인 셈이다. 여기서 고향성은 ‘낯익음’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과학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자신의 저서 ‘공간의 시학’에서 인간이 “어떤 공간에 감싸이듯이 들어 있을 때에 안온함과 평화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나 콤플렉스”라고 칭한 바슐라르의 “집”은 과거의 추억과 이야기가 몽상을 불러내는 고향과 같은 공간이다.
결국 도시는 고향과 같은 ‘낯익음’으로 몽상을 지켜주고, 몽상하는 이를 보호해주고, 우리들로 하여금 평화롭게 꿈꾸게 해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도시는 낯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날마다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공간이지만 “평생 동안 우리들의 몽상 속에서 그리로 되돌아가곤” 하는 ‘고향’과 같은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는 ‘고향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고향성’의 근간은 ‘터무니’를 기억하게 하고 새기게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요소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본연성, 기본적 가치를 담아내는 고향과 같은 도시가 만들어질 때, 인간은 자신의 도시와 공간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도시에 대한 기억이 온연히 살아있을 때, 그 도시는 고향과 같은 도시가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화적 도시 재생도 인문적 사유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기존의 도시 정비 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도시재생의 가장 큰 목표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의 제고보다 공동체 정신의 회복임을 간과한 결과였다.
인간을 생각하지 않은 ‘비인문적’ 도시 설계와 재생의 아이콘인 미국 세인트루이스(Saint-Louis)의 ‘프루트이고’(Pruitt-Igoe) 주거 프로젝트는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들의 벽 속에 갇혀 있는 광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50년 흑인거주 밀집지역에 조성된 주거단지의 건설은 ‘프루트 Pruitt’(흑인 거주자들을 위한 공간)와 ‘이고 Igoe’(백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나뉘어 추진되었다.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따로’ 살게끔 만든 이 주거 단지는 편을 나누고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주거 단지는 흉악범죄의 온상이 되었고, 그 이면에는 ‘따로’ 살게 만들었던 비인문적 발상이 있었던 것이다.
최근 세계 주요 도시들은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를 지워버리는 ‘낯설음’의 도시재생이 아니라 고향과 같은 ‘낯익음’ 즉 ‘고향성’의 회복을 통해 괄목할만한 도시재생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성공 사례를 들어 보자. 인간의 추악한 욕망으로 산업폐기물과 오염물질로 넘쳐나 버림받았던 곳을 예술로 재탄생시킨 일본 나오시마의 사례는 ‘낯익음’의 도시재생의 좋은 본보기이다.
그 중 나오시마 대중목욕탕 ‘아이러브유 /I♡湯’은 예술로서 섬사람들의 기억, 즉 고향성을 회복해준 좋은 사례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탕(湯)”은 일본어로 “유”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러브유”는 “난 목욕이 좋다”와 “난 너를 좋아해”를 모두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미술관이 된 목욕탕 속에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탕(湯)” 속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과거의 기억 속에 몸을 담그는 행위로 이는 결국 기억의 회복이자 고향성의 회복인 셈이다. 여기서 고향성은 ‘낯익음’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과학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자신의 저서 ‘공간의 시학’에서 인간이 “어떤 공간에 감싸이듯이 들어 있을 때에 안온함과 평화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나 콤플렉스”라고 칭한 바슐라르의 “집”은 과거의 추억과 이야기가 몽상을 불러내는 고향과 같은 공간이다.
결국 도시는 고향과 같은 ‘낯익음’으로 몽상을 지켜주고, 몽상하는 이를 보호해주고, 우리들로 하여금 평화롭게 꿈꾸게 해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도시는 낯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날마다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공간이지만 “평생 동안 우리들의 몽상 속에서 그리로 되돌아가곤” 하는 ‘고향’과 같은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는 ‘고향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고향성’의 근간은 ‘터무니’를 기억하게 하고 새기게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요소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본연성, 기본적 가치를 담아내는 고향과 같은 도시가 만들어질 때, 인간은 자신의 도시와 공간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도시에 대한 기억이 온연히 살아있을 때, 그 도시는 고향과 같은 도시가 된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