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나는 집에 창문 열기가 두려웠다. 예전에는 자고 일어나면 집안 환기를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올 봄 언론에서는 창문 열어 환기하는 것이 오히려 해롭다는 보도를 자주 했다.

몇 년 전부터 꽃피는 봄이면 ‘황사’가 찾아오더니 올해에는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으레 중국에서 날아 들어오는 황사려니 생각했던 미세먼지의 주범은 따로 있었다. 우리나라의 화력발전소와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문 열어 환기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니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민감해졌다.

특히 고령인 필자는 호흡기 관련 정보에 매우 예민하다가도 바깥활동을 하다보면 나이가 있어선지 몰라도 미세먼지 따위는 개의치 않기로 작정했다.

좋아하던 산책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아쉬웠던 봄날, 그리고 무더위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찰나, 눈과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 들려왔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 사업이 예비타당성이 통과가 되느냐가 많은 시민들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광주시의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했다는 소식이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요즘, 친환경자동차 산업에서 광주의 미래 먹을거리이자, 청년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될 사업이 광주시의 의지에 청신호가 켜지는 반가운 순간이었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은 전 세계적 산업 트렌드인 전기·수소 등 친환경 대체 에너지 기반의 자동차 생산을 선도하기 위한 필수적 선결과제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차세대 먹을거리를 ‘친환경’으로 설정하고 에코카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선진국은 친환경 기술분야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중장기 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 자금지원, 조세감면 등 기술개발지원과 보조금을 통한 구매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 예비타당성 통과로 광주시는 ‘빛그린 산업단지’ 터에 ‘자동차 전용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이 사업에는 2021년까지 국비 2000억원 등 3030억원이 투입된다.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이 광주에서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광주가 힘을 모아 지원하는 것이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인 미래형 친환경자동차 선도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광주형 일자리’ 창출 사업을 결합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데에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현재 62만대 수준인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38만대의 친환경 자동차 생산설비를 추가 조성해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를 만들고, 이를 통해 4000만원 수준의 ‘적정임금’을 받는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적정임금에 대한 지속적인 타협이 필요하겠지만, 지역 인재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다소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 문제, 폴크스바겐 사태 등으로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과 미래 먹을거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자동차 100만대 사업’, 광주시민 한사람으로서 진정 환영할 일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광주시민의 지역사업이 아니고 범국가적으로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으로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산업밸리 조성사업이다. 우리나라 도로, 아니 전세계 도로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친환경 전기차가 더 많아질 날을 기대해 본다. 그날은 자동차 창문을 활짝 열고 도로를 달릴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