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산 경향이 지속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은퇴 후에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UN 분류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society),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 또는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7%를 초과,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2020년경이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사회가 고령화되면 어르신들의 질병·빈곤·고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부각된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는 어르신들의 소비 피해 예방 및 구제의 중요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곤 한다. 판단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시 소비생활센터를 방문한 한 어르신의 사례다. 남구에 사는 A(여·76)씨는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짐이 되기 싫었다. 스스로 벌어 써 볼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올 초 친구를 따라 다단계회사 설명회에 갔다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다단계 건강식품회사에 2100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투자했다고 토로했다. 자식들 명의로 동네 농협에서 대출받은 돈이었다.

하지만, 사회활동을 접은 나이에 값비싼 건강식품을 팔기가 생각처럼 어디 쉬운가? 결국,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몇 개 팔고 나니, 더 이상 팔 곳이 없었다. ‘자식들은 물론이고, 친·인척과 지인들에게까지 정말 짐이 되는 신세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난감했다. 다단계 회사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환불해 줄 리 만무했다.

A씨는 연 6.5% 대출이자까지 부담하면서 자식들 몰래 애를 태우다가 ‘한 푼이라도 건져볼까’ 하고 시청에서 주관하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고민을 털어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가다가 우연히 소비생활센터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센터의 도움으로 계약취소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후에야 어렵사리 2100만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늦게나마 피해구제를 받았으니 천만다행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구입할 때와는 달리 복잡한 계약 취소 절차 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해도 권리를 포기하기 십상이다. 이런 고충과 억울함을 해소해주기 위해 광주시는 지난 2001년 11월 전국 최초로 소비생활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는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소비자의 권익보장 및 권리구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1200여건의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와 함께 계층별 맞춤형 소비자피해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또 언론을 통해 소비자에게 유익한 정보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화ㆍ팩스ㆍ우편ㆍ인터넷홈페이지ㆍ방문 상담은 물론이고 내용증명ㆍ할부 항변권ㆍ할부 철회권ㆍ청약철회ㆍ미성년자 구매 취소 등에 필요한 세부적인 서류 작성까지도 도와주고 있다.

7월부터는 광주시가 직접 고용한 전문소비자 상담사 외에도 소비자단체가 파견한 전문상담사를 추가로 배치하여, 지금까지의 전화ㆍ방문 상담 위주에서 벗어나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쪽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건강 100세 시대가 되면서 ‘세로토닌’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행복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세로토닌’은 생기와 활력, 온화한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소비생활센터가 시민 소비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해소, 지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세로토닌’을 만드는 공장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