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 신창동 유적지는 국가지정 사적지 375호다. 1992년 9월 9일에 지정된 사적지로 지금까지 발굴된 유물만도 수천 점에 이른다. 그런데 매년 국보급유물이 쏟아지고 있는 유적지를 기념관 하나 지어내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 1960년 전남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에 사는 향토사학자 양희채 선생이 이 지역을 우연히 지나치다가 터 밭 가장자리에 토기파편을 발견하고, 광주시에 신고함으로써 신창동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신고된 유적지는 1992년부터 서울대학교 김운용 교수팀이 이끄는 조사단에 의해 53기의 옹관묘가 발굴되었고, 이 후 지금까지 찔끔 예산으로 해마다 보물급의 유물들이 발굴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굴된 유물을 살펴보면, 1세기 것으로 추정하는 ‘비파’라는 악기가 발굴돼 현재 서울 국악박물관에 소장되고 있다. 기원전 초기 철기시대 것으로 추정하는 수레바퀴 창살이 발굴돼 고대 선사시대의 학술자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고로 평가되는 155㎝ 두께의 벼 껍질 층과 불에 탄 곡물, 현악기와 타악기를 비롯하여 베틀마디, 칠기, 인골 그리고 멧돼지, 참돔 뼈, 호도 씨와 오이씨, 소나무 꽃가루, 편충과 회충 알 등이 발굴되어 국립 광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지난 2014년도에는 고대인들이 살았다는 집터와 주춧돌 그리고 토반석들이 발굴돼 학자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고대시대의 농촌취락을 볼 수 있는 유물들이 수없이 출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최대면적과, 최고의 유물을 자랑하는 사적지인데도 사실상 미봉책으로 일관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공주시에 무령왕유물박물관은 1970년대 공주시민들의 탄원으로 세워진 박물관이다. 당시 백제 무 왕릉주변을 보수하다가, 둔치에서 우연히 발견된 토기파편이 감식결과 무령왕유물로 확인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용케도 일제강점기 도굴범들의 소행을 벗어 날 수 있었던 것은, 보편적으로 고분의 형태들이 봉분으로 되어 있으나, 무령왕 능만큼은 둔치처럼 되어 있어, 범인들의 눈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분들이 도굴꾼들에 의해 훼철되었지만, 무령왕 능의 유물은 그래서 하나도 훼손되지 않고 고스란히 발굴할 수 있었던 쾌거였다. 이 사실을 공주시민들은 정부에 탄원하여 유물박물관을 유치했고, 그 박물관은 오늘날 전국에 관광지로 뜨고 있다.

광주에 신창유적지도 이제는 방관이 아닌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1992년도 이 지역은 국가사적지로 지정, 반경 2㎞ 이내에는 모든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당국과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난개발이 진행돼 제재가 필요한 지역이다. 주변에 자동차정비공장이 들어서고, 물류창고가 지어져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제에 조례개정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 관장은 고시 이전에 시설된 인접 호남고속도로도, 언젠가는 사장된 유물을 발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창동유적지는 또 오래전부터 풍수해로 밀려온 퇴적층이기 때문에 함부로 가늠해서는 안 되는 지역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예로 지난 2009년도에 신창동 산동교에서, 첨단동으로 가는 극락강변 제방도로 보수공사에서도, 유물이 무더기 발견돼 작업을 중단한 일도 있었다. 그래서 사적지의 관심은 물론, 박물관이 유치되면 광주의 명소로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수학여행답사와 함께 공주 유물관처럼 유명세를 탈 수 있는 보물이 바로 신창동유적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