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토요일. 호남예술제 피아노 경연이 열렸던 날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너무 긴장되었다. 호남예술제 피아노 경연방식은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나뉘어서 열렸다. 3개의 지정곡 중 1곡을 정해서 경연하는 방식이다. 나는 피아노를 배운지 3년 7개월이 되었다. 겨울방학 때 호남예술제 지정곡이 발표되었지만 집안 어른들 행사가 있었고, 배우고 있던 작품곡을 끝마쳐야 했다. 그래서 1학기가 끝나고 방학때부터 본격적으로 호남예술제 지정곡을 준비하였다.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비염으로 인한 아토피를 가지고 있다.

비염과 아토피 치료약을 먹고 나면 곧바로 졸립다. 비염을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다른 병들처럼 약을 먹는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피아노를 치는 시간에는 비염과 아토피 증상들이 마술처럼 싹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피아노를 치는 시간들이 즐겁고 행복하다.

나의 호남예술제 연습시간은 남들과는 많이 달랐다. 아토피는 체력적으로 무리를 하면 증상이 악화된다. 또 비염 약을 먹으면 바로 졸립기 때문에 밥을 먹고 약을 먹고 나서는 쉬워야 한다. 약 기운이 없어지는 시간대에 집중을 다해서 연습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호남예술제 대회가 다가올수록 날씨가 점점 건조해졌다. 봄 날씨가 되어갔다. 건조해질수록 나의 두 개의 콧구멍들은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땅처럼 변했다. 약을 먹고 ‘찍찍이’를 뿌려도 늘 막혀있다. 또 내 맘과는 다르게 자꾸 긴장이 되어서 음이 빠지고 헛음들이 눌러졌다.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긴장이 되었다.

드디어 호남예술제 경연이 열렸다. 내 수험번호가 호명되었다. 무대 앞으로 나가는 순간 두근두근 너무 떨렸지만 심호흡을 했다. 나는 의사가 꼼꼼하게 환자 진찰을 하듯이 내가 의사가 되고 음표들은 내가 진료를 하는 나의 환자들이라고 생각하였다. 환자들 상태에 맞춰 의사가 진료하는 것처럼 한음한음 최선을 다해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런데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긴장을 했는지 연이은 실수들을 해버렸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만약 실수를 하면 두 번 치지 말고 자연스럽게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라던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정신을 집중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음 부분으로 넘어갔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연이은 실수를 해버려서 너무나 큰 아쉬움이 남았다.

연이은 실수를 한 탓에 상을 타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실수를 했는데도 “너무너무 잘했다”며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참가자들 중 내 피아노 연주를 조금 더 많이 들으셨다고 말씀하셨다. 조금 더 많이 들었다는 것은 음악성과 앞으로 발전성이 뛰어났다는 거라면서 칭찬했다. 내가 무슨 위대한 일을 해낸것도 아닌데 나를 칭찬해주는 선생님과 가족들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비록 최고상은 받지 못했지만 최고상을 받은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고 행복했다. 집에 돌아와 입상결과를 확인해보니 은상이었다. 내년에는 더욱더 열심히 하여서 실수를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피아노 연주는 ‘나만의 진료를 기다리는 나의 소중한 환자’들이다. 나의 평생 단짝 친구기도 하다. 열심히 준비했던 호남예술제가 끝나서 시원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고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피아노를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서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래서 나처럼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친구들을 치료하는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치료하면서도 피아노도 쳐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손과 발들아∼ 너무 너무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