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공단은 1964년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산업단지로 1970년대까지 섬유·봉제업을 중심으로 수출경제를 이끌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기업들이 임금이 낮은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면서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시는 이런 산업구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구로공단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경하고, 굴뚝공장이 있던 자리에 이동통신,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IT 업종들을 적극 유치, 현재는 1만 10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한 첨단산업의 메카로 부활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변모하게 된 물리적 배경에는 90년대 후반부터 활기차게 들어선 아파트형 공장, 즉 지식산업센터가 있었다.

지식산업센터는 홍콩, 싱가포르와 같이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산업을 고르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도시국가를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장 신·증설이 제한된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을 중심으로 90년대 중반 이후 민간에서 활발한 공급이 이루어졌으며, 서울디지털산업단지나 판교테크노밸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식산업센터가 우리시에도 ‘I-PLEX 광주’라는 이름으로 도심 한복판에 들어섰다. 동구 동명동 옛 광주교육과학연구원이 있던 자리에 222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연면적 1만1650㎡(본관 6층, 별관 2층) 규모로 건립되었다. 첨단산업단지와 하남산업단지에도 각각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설립한 지식산업센터가 있었지만 도심 한가운데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산업연구원의 타당성 연구 용역을 거쳐, 부산, 대구와 함께 중소기업청 시범사업지로 선정되어 222억 원의 사업계획이 확정된 이래, 지난해 3월 착공하여 1년 4개월의 공사를 6월에 끝마치고 가장 먼저 개관하게 되었다.

센터가 들어선 지역은 일찍이 고밀도 시가화가 시작된 원도심으로서, 개발가능용지가 부족하고 개발비용이 높아 그동안 산업단지가 조성되지 못하고 서비스업에 편중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I-PLEX 광주’는 도시형공장,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벤처기업 등 지식기반형 중소기업이 입주하는 복합산업시설로서, 주거 및 상업지역이 혼재된 도심의 생활환경과도 조화될 수 있어, 전남도청 이전으로 한동안 기능이 쇠퇴했던 원도심을 경제적 측면에서 재생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심에 위치하여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의 대학, 대학병원 등과의 산학협력이 수월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문화인프라는 지식기반산업에 필요한 고급인력과 청년창업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조건이다.

이러한 장소적 특성을 살려, 중소기업을 위한 임대시설 외에도 스타트업 빌(카페형 창업공간), 비즈스튜디오(시제품제작실), 투자상담실(IR) 등 청년들의 기술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도 함께 구축하였다. 이러한 창업지원공간은 수도권에도 여러 곳 들어서 있지만, 사업화 단계에 들어선 기업과 창업 준비자가 하나의 공간에서 협업, 교류, 채용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점은 ‘I-PLEX 광주’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지식산업센터의 흐름은 지역특화산업에 맞는 전문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수행한 운영방안 연구용역에서 주변여건을 고려한 집적도, 특화도, 성장성 등을 분석한 결과, ICT기반 제조, 생체의료소재부품, 소프트웨어개발, 연구개발, 문화콘텐츠, 전문디자인 등을 타깃업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산업시설이라고 하면 도심 외곽에 있는 것으로만 생각되어 왔지만, 이제 도심 한복판에 처음 들어서는 산업시설을 통해 지역산업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개관을 위한 준비는 모두 마쳤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해야 할 일들은 더욱 많다. 우리시는 ‘I-PLEX 광주’라는 도가니에 융·복합과 지식기반이라는 광석을 넣어, 지역산업을 혁신하는 불꽃에 풀무질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