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 충장로에는 광주의 보물, 광주극장이 있다. 1935년 10월1 문을 열었으니 올해 81살 된 예술영화 전용 극장이다.

광주극장은 세월의 무게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장소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여고 시절 월말 고사가 끝나면 한 달에 한번 광주극장 단체 관람을 통해 ‘벤허’, ‘쿼바디스’ 등을 보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광주극장이 한곳에 오롯이 자리 잡고 앉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난 참 행복했다.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등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고 어떤 때는 가슴이 먹먹하고 아프기도 했다. 광주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삶의 재충전을 하기도 했다.

극장을 방문할 때면 고장 난 시설도 직접 고치며 언제나 열심히 일하시는 직원들을 보며 늘 고마움을 느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우리 곁에 있어 준 광주극장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광주극장에서는 극장을 사랑하고 지원해주는 관객을 위해 고민 끝에 후원회 모집에 나섰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고 많지만,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극장 중 하나이며 전국에 남은 마지막 단관극장이기에 광주극장만은 우리 곁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다. 지금 현재 자라나는 어린이들도 훗날 광주극장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영화, 독립영화, 3세계 영화 등 정말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변변찮은 글이지만 신문 기고도 하게 됐다.

광주극장에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추억 몇 개 쯤은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광주극장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백일도 안 된 아기를 안고 극장에 갔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아이가 깨서 울까봐 가슴을 졸였지만 아기는 새근새근 잘도 자 주었다. “아! 아기도 엄마가 영화를 좋아하는지 아는구나 우리는 서로 통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안도했고 너무 기뻤다.

그 후 모임에 가서 언니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했더니 공기도 안 좋은데 아기를 데리고 갔다고 핀잔을 주셨다. 난 극장도 크고 사람이 없어서 공기가 좋다고 말씀 드렸더니 극장 안을 떠다니는 공기가 나쁘다고 재차 조언을 들어야 했었다.

자막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광주극장이 의욕을 재충전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면 좋겠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이상주의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올해 10월1일 하루는 시민과 영화 애호가들이 광주극장에서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층과 2층 856석이 꽉 찬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

광주극장 후원회가 결성되면서 자칭 광주극장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며 여기저기 홍보를 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여기저기 후원하고 있는 곳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흔쾌히 후원회에 가입해 주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어떤 때는 분위기상 아예 후원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려웠다.

광주극장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만 하자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사람을 대하다 보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광주시민 약 150만명 중에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사람 2000명만 모이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은 말 한다. 날마다 생각하면 꼭 이루어진다고. 여기에 작은 행동까지 더한다면 정말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난 날마다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