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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 송정역시장’ 청년들의 보금자리 되길

2016. 04.21. 00:00:00

퇴근길 불어오는 봄바람이 좋았다. 옷만 갈아입고 무작정 집을 빠져나왔다. 산책 삼아 걷던 발길이 광주송정역 앞에 멈춰섰다. 낯설었다. 그리고 설렜다. 노란 조명에 이쁘게 빛나는 ‘1913 송정역시장’이라는 바뀐 이름 때문이 아녔다. 시간이 멈췄던, 그래서 조용하기만 했던 시장통이 시끌벅적 요란했다. 그리고 젊음이 꽉 차있었다.
지난 18일 ‘송정매일시장’이라는 낡은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난 이곳의 밤이 좋았다. 가게마다 그곳 상인들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머니 비법을 전수받아 닭발로 우려낸 육수로 수십년째 만든 국밥을 말아내는 자녀들, 친구에게 오리 손질 법을 배워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덩달아 신이 났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청년상인들이 톡톡 튀는 아이템도 끌렸다. 하우스맥주를 파는 ‘밀밭 양조장’과 한국, 일본, 태국 등 각 나라 라면을 맛볼 수 있는 ‘한끼라면’도….
구경을 마치고 되돌아오는 길은 짧았지만 걸음은 더 더뎠다.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바닥에는 과거 상가가 들어섰던 해(연도)가 붙어있었다. ‘내가 태어났던 1988년, 이곳엔 누군가가 희망을 품고 비디오가게를 열었겠지….”
문득 이 골목 과거 풍경이 머릿속을 스쳤다.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가르치기 위해 시장골목을 둥지 삼아 억척스런 삶을 살았을 ‘엄마, 아빠’들. 이제 모두 떠난 빈 둥지에 청년들이 들어 앉았다.
‘1913 송정역시장’이 그 청년들에게 짝을 찾아 알도 낳고 도란도란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길 바래본다.
김현옥·광주시 광산구 송정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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