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의 미래는 관광이 좌우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나주는 ‘문화재 천국’이다. 지정 문화재만 무려 129개(국가지정 36, 도 지정 55, 나주 향토문화유산 38개)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국보 295호인 ‘나주 신촌리 금동관’도 포함돼 있다.

이러다 보니 나주시가 영산강이라는 천혜의 지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문화재에 매몰돼 근시안적인 관광행정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영산강이라는 좋은 ‘관광 인프라’가 있으면 뭐하나. 이를 상품으로 만들고, 개발해서 판을 벌여야만 관광객들이 찾아들 것 아닌가? 말로만 관광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소극적인 관광행정을 펼치고 있는 나주시와 전문성이 결여된 담당 공무원들, 이들의 생각들이 맞아떨어지다 보니 한 발짝도 진전없는 ‘나주 관광’이 되고 있다.

일례로 시청앞 사거리에 ‘완사천’(浣紗泉)이 있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과 장화왕후(莊和王后) 오씨 부인의 인연이 깃든 샘이다. 이곳은 나주에서 현존하는 역사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관리 측면에서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우물이 평지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 보니 비가 오면 주변 빗물이 우물로 모여들 수밖에 없다. 수년 전부터 지적돼왔지만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다. 또 입간판 하나 없어 외지인들이 찾기도 힘들다.

흔히 나주는 ‘테마’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지역축제하나 없는 곳으로 전락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시장의 의지에 따라서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꺼리는 얼마든지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나름대로 정비된 영산강이야말로 문화재 못지않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보여주기 식의 관광행정이 아닌 나주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다는 ‘역(逆)발상’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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