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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역사의 파도 앞에 서서
한승원 칼럼

2014. 08.06. 00:00:00

형, 나는 답답하면 늘 바닷가 모래밭으로 나가서 먼 바다에서 달려오는 파도들을 바라보곤 합니다. 파도에는 세 가지의 종류가 있습니다.
먼 바다에서 머리에 하얀 거품을 이고 줄기차게 달려온 드높은 파도는 애초의 대단한 기세만큼 모래톱을 멀리 높게 휩쓸지 못하고 미리 재주를 넘으면서 하얗게 무너지는데 ‘철썩’ 하는 소리만 높습니다.
뒤따라 달려온 두 번째 파도는 기세가 그다지 높지 않고 밋밋한데 제 선배 파도가 휩쓴 모래톱까지도 나아가지를 못하고 좌절합니다. 세 번째로 달려온 파도는 너울성이어서, 파고가 높지는 않지만 폭이 넓어, 중간에서 멍석처럼 말리지 않고, 두 선배의 파도보다 더 멀고 높은 모래 언덕까지를 장쾌하게 휩쓸어버립니다.
수없이 많은 파도들이 먼 바다에서 달려와 모래톱을 할퀴는데 분류해보면 그 세 가지 종류의 파도가 계속 반복됩니다.
역사는 그 세 가지 파도처럼 반복되는 율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의 파도는 극복의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세 번째의 파도는 두 선배 파도의 실패를 거울삼아 완벽하게 성공을 거두는 것입니다.
여당에게 참패를 당한 날 아침의 야당 당사는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이후 지도부의 퇴진으로 인해, 머리를 잃어버린 지네처럼 공황상태에 빠진 그들을 본 형의 가슴 또한 장례식장의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형은 생래적으로 그들을 응원하면서 살아왔는데, 그 응원은 여야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언론들은 가뜩이나 시르죽어 있는 야당을 질타하고 매도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충격이었습니다.
충격 속에서 나는 순천과 곡성에 살고 있는 뜻 있는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투표했느냐는 무례한 질문을 했습니다.
곡성에 사는 한 친구는 곡성 출신인 여당 후보에게 당연히 표를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곡성 사람들은 여야를 떠나 인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 예산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하는 그에게 몰표를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권자의 수로 볼 때 곡성의 아홉 배인 순천의 친지들 가운데 하나는 투표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만일 했다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표를 주었으리라 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예산을 많이 따오겠다는 여당 후보에게 표를 준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바빠서 기권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또 한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는데, 그 후보의 패인을 나름대로 꼬집어 주었습니다.
새정치연합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아무개씨는 이번 선거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등을 돌렸는데, 그것은 1년 10개월 뒤에 있을 총선에서 자기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무개씨는 예전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갈등 관계에 있었기에 후보를 향한 여론도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현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일부 세력이 예산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상대편을 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일하고 싶어 미치겠으니 기회를 달라면서 지역일꾼을 자처하는 여당 후보와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낡은 구호를 외치는 무력한 야당 후보의 싸움을 보고 난 적극지지층의 표심은 지역일꾼을 선택한 것이라 말했습니다.
순천의 내 친지들은 똑같이 “1년 10개월 뒤에 진짜로 선거를 하게 됩니다”라며 의미 있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50%의 침묵한 민중을 주시합니다. 그 침묵의 민중들은 의식이 없이 잠들어 있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돌아온 탕아를 미워할 줄도 알지만, 그 탕아가 박해받는 것을 보고 분노할 줄 아는 의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 발전에서의 바람직한 힘의 균형을 생각하곤 하는 형, 참패한 그들을 보고 절망하지 마십시오.
1년 10개월 뒤에는 총선이 있고, 그때로부터 2년 뒤에는 대선이 있습니다. 이번에 참패한 그들은 늘 그렇게 해 왔듯이, 어지러운 카오스(혼돈)의 터널을 통과한 다음 가슴앓이하고 있는 지지자들이 주먹을 불끈 쥐도록 아름답고 뿌듯한 새 도전의 코스모스(질서)를 만들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반전의 역사의 참모습은 늘 그 세 종류의 파도와 다름이 없었으니까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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