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직원과의 대화’에서 뺐습니다.〈광주시 총무과〉”

시민운동가 출신인 윤장현 광주시장은 연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듯 하다.

윤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직원과 ‘소통’을 위해 직접 대화하고 싶다며 ‘직원과의 대화’시간을 마련했지만 되레 ‘불통’의 상황에 직면했다.

시청 본청 중심으로만 일정을 짜고, 사업소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등 이른바 본청 외 기타 기관이나 조직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직원을 배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배제된 직원들 사이에선 ‘민선 6기에도 또 차별이냐’는 불만과 함께 ‘시민시장’의 진정성까지 의심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소외되고 어려운 곳부터 우선 돌보겠다던 ‘시민시장’의 시정철학이 내부행사에서도 실천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를 몰랐던 윤 시장은 관용차량이 5부제에 걸린 지난 11일 지하철을 탔다가 한 직원으로부터 항의까지 받았다.

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운천역에서 내려 도보로 출근하던 중 사업소 직원한테 항의를 받았다. 직원과의 대화가 본청직원만 대상이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 됐다. 낮은대로 내려오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인 것을 깨우친 출근길이었다”고 고백했다.

윤 시장은 이날 ‘직원과의 대화’ 대상을 확대하라는 추가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윤 시장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후 수십 곳의 사업소 중 시 본청건물에 있는 종합건설본부 등 2곳만 대화대상에 추가되는 영광(?)을 안았다.

결과적으로 또 한번 본청 외 사업소는 물론 윤 시장이 취임 전부터 신분 등 제도적 개선을 지시한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은 시장과 대화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신세가 된 것이다. 사실 시청에서 이들만큼 시장에게 호소하고 싶은 사연이 많은 직원도 없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배제했다는 게 담당부서의 답변이다.

오히려 지난 4일부터 진행중인 ‘직원과의 대화’때마다 사진·보도자료 등을 통해 윤 시장님께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값싼)철제의자에 앉아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신다’, ‘하위직을 위해 간부배석을 금지하셨다’는 등 갖은 미사어구를 동원해 행사를 포장하느라 여념없는 모습이다. ‘시민시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염불보다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과장된 홍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행사명칭을 ‘본청 공무원과의 대화’로 바꾸라고 주장한 한 직원의 자조섞인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윤 시장이 강조한 소통은커녕 불통도 이런 불통이 없다는 생각마저 겹친다.

‘소통’과 관련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8월 어느 행사에서 이런말을 남겼다.

“사람은 소통하며 살아야 한다. 지배하는 사람도 있고 지배받는 사람도 있는데 내 희망은 이 차이가 작아지는 것이다. 지배하는 사람과 지배받는 사람 사이에 가장 큰 단절은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박진표 정치부 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