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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재판과 유죄 추정
문 방 진
변호사

2014. 04.30. 00:00:00

지난 주에는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와 이 사고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소식에 온 나라가 침울하다. 선박을 무리하게 개조하고,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해운사 측의 책임인가? 궂은 날씨에도 위약금 때문에 수학여행을 강행한 학교 측의 책임인가? 항로이탈과 승객의 안전을 뒤로 한 채 먼저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온 선원들의 책임인가? 사고신고를 접수하고도 신속하게 구조활동을 벌이지 못한 정부의 책임인가? 엉터리 방송으로 구조활동에 혼선을 빚게 한 언론사의 책임인가? 벌써 여론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미국과 독일, 일본 등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 추정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은 진범 여부를 확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다른 국가에 비해 진범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설사 무고한 사람을 유죄로 잘못 처벌할지라도 반드시 유죄판결을 내려서 누군가를 처벌하려는 경향이 높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우리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낮은 이유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왜 우리 국민들에게 이러한 현상인 나타나는 것일까?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언론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고 검찰의 수사상황이 중계방송 식으로 보도되다보니 국민들 마음속에 이미 유죄의 심증이 자리 잡게 되고, 나중에 무죄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이는 믿을 수 없는 판결이 되어버린다. 사법부의 판단보다 앞서가면서 수사기관의 발표를 그대로 써대는 언론이 있는 한 나중에 그들이 무죄판결을 받아도 국민들 뇌리에는 범죄자로 낙인되어 남아있게 된다. 이렇듯 우리는 죄가 있건 없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검찰이 피의자를 언론에 노출시키고,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여론재판, 언론재판을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루한 재판을 기다리기 보다는 이런 여론재판에 참여하여 미리 돌팔매질을 해버린다.
이제 여론 재판의 칼날은 사법부를 향하고 있다. 최근 칠곡·울산 계모의 의붓딸 상해치사 사건에 대해 법원은 징역 10년의 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지나치게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에서는 판사 ‘신상 털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 재판장의 이름이 한때 대형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이미 여론의 재판은 유죄판결과 엄벌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정보만으로 이루어진 여론의 재판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알아야 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변명에도 한번쯤 귀를 기울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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