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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가명

2013. 12.02. 00:00:00

영국 톱모델이 아파트 발코니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짓지만 그녀의 오빠는 타살을 의심하며 사설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탐정 스트라이크는 여조수 로빈과 사건을 풀어나간다. 로버트 갤브레이스의 소설 ‘쿠쿠스 콜링’은 범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며,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수없이 쏟아지는 탐정·추리소설 가운데 이 작품을 택한 건 ‘작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낯선 이름 로버트 갤브레이스는 낯선 이가 아니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K.롤링의 가명이다. ‘해리포터’가 어떤 소설인가. 세계적으로 4억50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8편의 영화는 7조8000억 원을 벌어들인 문화상품이다.
그녀는 작품만으로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가명은 좋아하는 로버트 케네디 전 미국 법무부 장관의 이름과 처녀 시절의 성 갤브레이스에서 따왔다. 출간 당시 판매 부수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가 조앤 K.롤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00만 부를 돌파하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초판본은 500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아마도 가명을 쓴 작가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로맹 가리일 것이다.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헤로인 진 세버그와의 결혼 등 그의 삶은 소설처럼 드라마틱하다.
로맹 가리는 1956년 ‘하늘의 뿌리’로 콩쿠르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등 단편은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지만 점차 그의 작품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실의에 빠진 그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기 시작했고, 14살 모모가 등장하는 ‘자기 앞의 생’은 또 다시 콩쿠르상을 수상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두 이름으로 번갈아가며 책을 발표했다. 로맹 가리는 혹평을, 에밀 아자르는 찬사를 받았다. 유서를 통해 동일 인물임이 밝혀졌을 때 세계는 경악했다.
작가라면 누구나 ‘온전히’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나부터 ‘이름’에 현혹돼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니….
/김미은 문화1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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