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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의제설정, 언론의 역할 기대한다
임 선 숙
변호사

2013. 11.28. 00:00:00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므로 꽃 좋고 열매 많다고 했다. 나는 우리 사회가 키우고 있는 ‘민주주의 나무’ 또한 80년대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 튼튼히 뿌리를 내려 이제는 그 누구도 함부로 흔들 수 없는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올해 잊혀졌던 구시대의 인물들이 톱과 전정가위를 들고 갑작스럽게 재등장했다. 이들은 지금 민주주의 나무의 소중한 줄기와 가지들을 사정없이 자르고 꺾고 뿌리마저 흔들고 있다.
민주주의 나무의 소담스런 열매는 약자와 소수자의 보호, 정치적 반대자의 존중과 상대방의 목소리 경청하기, 올바른 여론의 형성과 보호 등을 포함한다. 이 열매들은 국가기관의 견제와 균형이란 거대한 뿌리에서 자라나 국가기관의 정치와 선거에서의 중립 같은 큰 줄기에 달린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애써 키워온 민주주의 나무의 열매들은 물론 가지와 뿌리마저 생채기투성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정황이 뚜렷한데, 이를 기소하는 검찰의 수장과 수사팀을 찍어내는 것, 전교조를 법외노조화 하는 것만 보더라도 반대자에 존중은 찾을 길이 없다. 누구라도 반대자는 싹을 잘라버린다는 주먹다짐이 70년대 유신시대도 아닌 2010년대에 다시 재등장하리라 누가 생각했겠는가.
이것은 어김없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결과다.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역사의 퇴행을 지켜보며 온 국민이 배우는 중이다.
2014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은 운동화 끈을 바짝 당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준비를 단단히 하여야 할 곳은 지역언론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이 갖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 지역의 ‘민주주의 나무’를 더 잘 키우고, 살려내기 위해서는 지역 민의를 정확히 수렴하고 전달하는 책임감 있는 언론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의 정론지를 대표하는 광주일보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선거 6개월을 앞둔 지금 광주일보에 주문하고 싶은 역할은 의제설정능력을 키워달라는 것이다. 의제설정(agenda setting)이란 언론이 일정시기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하는 주요 의제를 공론의 마당에 내놓고 시민들과 정치권이 집중적인 논의를 하도록 하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끄는 것을 말한다. 의제설정은 언론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영역이다.
그동안 언론의 선거관련 보도는 선거일에 다가갈수록 정책논쟁은 사라지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누가 될 것인가’라는 경마장식 보도의 양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가장 앞서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의도가 아니라면 여론조사 보도는 유권자에게 후보자선택에 있어서 어떤 기준도 제시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여론조사중심의 선거보도는 후보들에게 여론조사를 악용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선거기간 동안 차분하게 검증하고 논의를 계속해갈 수 있는 언론사의 새로운 의제설정인 것이다. 의제설정능력은 공적 존재로서의 언론사의 의식적 노력 없이는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호남의 대표 정론지 광주일보에 두 가지 의제설정을 요청하고 싶다. 첫째,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해결해야 할 현안 그리고 미래의 비전은 무엇인지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에게 집요하게 물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후보들이 내놓은 광주전남의 미래비전과 정책에 대하여 후보들과 전문가들, 시도민들이 함께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둘째, 광주전남에 어떤 새로운 리더십의 형성이 필요한지, 지자체장의 조건은 무엇인지 논의에 부쳐야 한다. 단순히 누가 되는 것이 낫다가 아니라, 입지자가 지역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장기비전을 잘 설정하고 있는지, 그 인품과 리더십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은지 묻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지방선거는 우리 삶의 기본문제를 다루고, 민주주의 나무가 생활 속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하는 과정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타지역에 앞장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내용, 인권과 평화의 가치, 함께 나누는 복지의 정신을 우리 지역에서 실현하게 된다면 민주주의의 나무는 다시 광주전남에서 새롭게 피어나게 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일보의 의제설정능력이 빛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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