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온 편지 12] 바그마티 강가의 무덤덤한 장례식
2012년 03월 20일(화) 00:00 가가
네팔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문의하니 한국 교민이 700명을 넘었고 2011년 한 해 동안에 항공편으로 네팔을 다녀간 한국인 관광객은 1만7495명이었다고 친절하게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인도와 중국을 거쳐 육로로 네팔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니 매주 평균 350명 이상이 네팔을 다녀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많은 관광객들이 트레킹 외에 네팔에서 무엇을 보고 경험하고 가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건기이고 맑은 날씨라서 멀기는 하지만 카트만두에서도 설산이 뚜렷이 보인다. 그러나 무등산처럼 자주 오를 수도 없고 설산의 중턱 가까이라도 가는 사람들은 관광객의 일부일 뿐이다. 진정한 타문화 관광은 적어도 몇 주 또는 몇 달을 살면서 관광 상품으로 알려진 것 외에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접해보는 기회까지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네팔에서는 관광 비자를 일 년에 150일만 발급하는데 8월에 입국하면 이듬해 5월까지 2년에 걸쳐 10개월을 체류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방학을 이용하거나 아예 휴학을 하고 봉사하러 오는 대학생들, 한국국제협력단원들(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과 은퇴하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네팔이 며칠간의 관광지가 아니라 보다 장기 체류의 장소로 우리에게 이렇듯 친근하게 자리매김하였다.
교민 중 가장 원로격인 허인석씨 부부로부터 네팔에 도착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들은 나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오는 많은 방문객들을 기꺼이 돕는다. 네팔에서 오래 살다 보니 네팔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그는 어느 전문 가이드보다도 더 확실하게 많은 관광객들이 놓치는 네팔문화들을 소개해 준다.
탐방 첫날에는 ‘덕친칼리’에 있는 힌두교 제사 장소로 안내한다. 닭과 염소의 목을 쳐서 피 제사를 지내는 현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사상 위에 놓여 있는 돼지 머리는 보았지만 피 제사 현장은 분명 새로운 이방 문화와의 만남이다.
다음 코스는 네팔의 장례문화를 볼 수 있는 ‘바그마티’ 강가의 화장터이다. 여기저기 장작더미에 짚을 올려놓고 그 위에서 시체를 태우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처럼 매장하면서 슬피 우는 사람들은 없고 힌두교의 윤회설을 믿기 때문인지 모두들 무덤덤해 보인다. 강가에서는 막대기로 뭔가를 건져 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어떤 이들은 강물 속에 들어가서 화장 후에 남은 덜 탄 장작들을 모아서 되팔기도 하고 사금을 캐듯이 금이빨 등을 건져 올려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강 언덕배기에 세워진 석탑의 작은 사원들에는 반나체로 형형색색의 칠을 하고 긴 수염과 낙엽처럼 퇴색한 머리를 똬리 틀어 올린 힌두 사제들을 본다. 그들은 방문객들을 위하여 수 미터나 됨직한 머리를 늘어뜨려서 보여주고, 가발이 아니냐고 물으니 진짜 자기 머리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관광객들에게 포즈를 취해주고 사진을 찍게 해 준 다음, 엄지와 검지를 비비면서 돈을 달라는 시늉을 한다. 어떤 관광객들은 진기한 사진을 찍게 해준 대가로 몇 루피를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저게 무슨 수도승이냐고 구시렁거리면서 무시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이쯤 돌고 나면 점심시간이 되고 시내의 한국 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좀 전에 본 화장터의 광경들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코끝에는 그 역겨운 냄새들이 아직 남아있는데 아무리 얼큰한 김치찌개가 식탁에 올라와도 식욕은 돌지 않고 구역질만 나온다. 누구든지 네팔에 와서 한국음식을 보고 반갑게 숟가락을 들지 않는 날은 ‘바그마티’ 강변을 다녀온 날 뿐일 것이다.
〈박행순 파탄의대 객원교수·전남대학교 명예교수〉
탐방 첫날에는 ‘덕친칼리’에 있는 힌두교 제사 장소로 안내한다. 닭과 염소의 목을 쳐서 피 제사를 지내는 현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사상 위에 놓여 있는 돼지 머리는 보았지만 피 제사 현장은 분명 새로운 이방 문화와의 만남이다.
다음 코스는 네팔의 장례문화를 볼 수 있는 ‘바그마티’ 강가의 화장터이다. 여기저기 장작더미에 짚을 올려놓고 그 위에서 시체를 태우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처럼 매장하면서 슬피 우는 사람들은 없고 힌두교의 윤회설을 믿기 때문인지 모두들 무덤덤해 보인다. 강가에서는 막대기로 뭔가를 건져 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어떤 이들은 강물 속에 들어가서 화장 후에 남은 덜 탄 장작들을 모아서 되팔기도 하고 사금을 캐듯이 금이빨 등을 건져 올려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강 언덕배기에 세워진 석탑의 작은 사원들에는 반나체로 형형색색의 칠을 하고 긴 수염과 낙엽처럼 퇴색한 머리를 똬리 틀어 올린 힌두 사제들을 본다. 그들은 방문객들을 위하여 수 미터나 됨직한 머리를 늘어뜨려서 보여주고, 가발이 아니냐고 물으니 진짜 자기 머리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관광객들에게 포즈를 취해주고 사진을 찍게 해 준 다음, 엄지와 검지를 비비면서 돈을 달라는 시늉을 한다. 어떤 관광객들은 진기한 사진을 찍게 해준 대가로 몇 루피를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저게 무슨 수도승이냐고 구시렁거리면서 무시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이쯤 돌고 나면 점심시간이 되고 시내의 한국 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좀 전에 본 화장터의 광경들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코끝에는 그 역겨운 냄새들이 아직 남아있는데 아무리 얼큰한 김치찌개가 식탁에 올라와도 식욕은 돌지 않고 구역질만 나온다. 누구든지 네팔에 와서 한국음식을 보고 반갑게 숟가락을 들지 않는 날은 ‘바그마티’ 강변을 다녀온 날 뿐일 것이다.
〈박행순 파탄의대 객원교수·전남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