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장흥에서 운영되고 있는 ‘민사 배심조정’이 지역분쟁을 중재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지원장 송혜영)은 지난 2006년 미국식 배심재판을 국내 민사조정에 접목, 사법 사상 최초로 ‘민사 배심조정’을 시행했다.

장흥지원은 매년 2차례씩 정례적으로 ‘민사 배심조정’을 운영, 지금까지 10건 가운데 사기 대출로 빚어진 장흥군수협과 회진면 장환어촌계간의 법적분쟁 등 9건의 조정을 성사시켰다. 나머지 1건은 불성립돼 재판으로 이어졌다.

장흥지원은 지난 18일 장흥읍사무소에서 12명의 배심원이 참여한 가운데 10번째 소유권 분쟁 민사배심 조정을 열었다.

이날 조정은 4남 1녀중 원고인 장남 배모(63)씨와 피고인 막내 며느리 정모(49)씨간에 발생한 용산면 덕암리 토지(760㎡) 소유권 분쟁사건이었다.

이번 분쟁은 시어머니(83)를 모시는 조건의 ‘부담부 증여’냐, 그동안 시어머니를 부양한 대가에 의한 ‘증여에 의한 이전소유’냐를 두고 팽팽히 맞선 요즘 농촌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형제지간 재산권 다툼이었다.

이날 배심원들은 “원고가 피고에게 ‘증여에 의한 이전’행위로 본다”며 10여년간 시어머니를 잘 모신 노력을 인정해 집과 건물 등 1000만원 상당의 땅은 며느리가 그대로 갖되, 며느리도 남편 가족이 장흥을 찾아올 때 가족으로 맞이하라고 조정했다.

원고인 배씨는 본인을 포함, 나머지 형제들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기 어렵자 막내 동생 내외에게 어머니를 모시라는 조건으로 해당 토지를 부담부 증여로 소유권이전 했다. 하지만 며느리 정모씨가 남편이 사망한 이후 건강상 이유로 시어머니 부양을 거절하자 배씨는 조건을 어겼다며 다시 이전해준 토지를 내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

송혜영 장흥지원장은 “고령화 시대 노인 부양 문제와 가족 간 갈등을 잘 반영된 사안이어서 지역 주민도 쉽게 공감하고 토론할 수 있었다”며 “가족 갈등을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판결하기보다 원만한 합의로 해결한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민사배심 조정’이란 형사 사건을 다루는 국민참여재판처럼 일반인들이 배심원(배심조정위원)으로 참여해 조정안을 제시하고 당사자간 합의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중부취재본부=김용기기자 k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