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보다 결과만 가지고 법집행하는 검찰과 법원이 원망스럽습니다. 힘없고 돈없는 사람은 피해만 봅니다”

장흥교도소에서 살인죄로 10년 이상 복역중인 한 재소자는 판사들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지원장 송혜영)은 지난 27일 장흥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재소자들과 1:1 진지한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날 장흥지원 지원장을 포함 3명의 판사들과 수용자 8명과의 대화는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졌다.

판사들은 수용자들에게 “다시 재판 받는 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판결문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변호인들과 충분한 교감이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수용자 대부분은 “재판 받을 때는 말할 기회도 주지도 않을뿐더러 막상 하는 말이 재판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 몰라 제대로 진술도 못한 채 선고를 받았다.”라며 재판과정을 후회했다.

8명의 수용자 모두 지은 죄는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조사받는 과정에서 검찰과 변론을 맡긴 변호인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12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인 J 수용자는 “검사에게 구타를 당하는 등 가혹한 조사를 받고 최후진술 기회도 주지 않아 원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뇌물수수죄로 3년형을 받은 공직자 출신 S씨는 당시 재판장을 맡은 판사와의 대화에서 “변호사의 무성의로 누명까지 뒤집어 썼다”며 변호사 변론 태도를 꼬집었다.

재소자들은 “‘역지사지’ 입장에서 보면 교도소 1년 생활은 사회 10년보다 기나긴 시간이란 점을 감안해 피고인에게 충분한 변론기회를 주어 억울한 옥살이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송혜영 장흥지원장은 “수용자들의 의견을 고려해 피고인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재판 진행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송 지원장은 수용자들에게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어디 있으랴’라는 시를 낭독하며 이들에게 책 한권씩을 기증하기도 했다.

/중부취재본부=김용기기자 k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