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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탐방] ⑨ 푸른길 공원
步道 따로 푸른길 따로 ‘공간 낭비’
(4) 조선대 정문~백운고가

2011. 03.19. 00:00:00

조선대 정문에서 남광주고가로 가는 구간은 보도와 푸른길이 다시 나눠진다. 차도와 보도∼푸른길∼단독주택지역이 50cm 정도의 높이를 두고 배치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도와 푸른길을 공간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을 지 의문이 든다. ‘걷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각각의 개별 공간이 조화를 이루거나 서로 보완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차라리 보도를 자전거 전용도로화함으로써 푸른길에서의 자전거와 걷는 이와의 충돌을 방지하는 편이 낫겠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구간부터 시작되는 과도한 시설 설치도 문제점이 되고 있다.
푸른길 양편으로 벤치, 건강기구, 조형물, 나무테크 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들 시설들이 모두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걷는 이들이 앉아서 쉬는 곳은 극히 제한적인데 앉아서 쉴 곳은 넘쳐나는 것이다. 또 정작 걷는 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화장실이나 세면대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화장실의 경우 주변 200∼500m 범위에 위치한 주유소나 공공시설을 이용하도록 돼 있으나 걷는 이에게 이는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걷는 이의 수요를 감안하지 못하고 공급 위주로 시설을 설치했으며, 이로 인해 관리비와 관리인원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일 친구와 함께 1시간을 걸었다는 조훈(80) 할아버지는 “도심에서 한가로이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어 좋다”며 “그러나 걷는 이에게는 필수적인 화장실이나 세면대, 식수대 등이 없어 불편하고 갖가지 시설에 투입할 돈으로 숲을 더 가꿨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대 정문에서 전남대병원을 지난 푸른길 공원은 남광주시장에서 뚝 끊겼다. 푸른길에서 나와 50여m를 걸어 전남대병원 앞에서 제봉로를 건넌 뒤 다시 남광주시장 입구를 지나 푸른길로 들어서야한다. 남광주시장의 노점상들이 푸른길공원으로 가는 길 양측에 죽 늘어서 있으며, 푸른길을 걷다 장을 보는 40∼50대 주부들도 간혹 볼 수 있다.
푸른길 완공구간 7.9km 중 비어 있는 0.42km가 바로 옛 남광주역사 주변이다. 지상고가 방식의 도시철도 2호선 설치가 추진되다가 민선 5기 들어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잠정 보류되자 지상고가를 지탱할 기둥이 설치될 이곳의 공원 조성도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지상고가 경량전철이 들어선다면 이 좁은 도로 위에는 차량을 위한 고가와 전철을 위한 고가가 나란히 들어설 예정에 있어 푸른길공원은 물론 광주의 도심경관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광주 발전의 상징인 옛 남광주역사는 지난 2002년 아무런 논의도 없이 철거되고 그 자리는 아이러니하게도 화장실이 들어섰다. 푸른길공원이 옛 철길이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철로와 차량을 존치시켰지만 ‘내부 사정’으로 차량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주변은 남광주시장 주차장으로 사용되면서 걷는 이와 차량이 뒤섞이고, 바람이 일 때면 먼지로 뒤죽박죽이 되는, 푸른길의 최대 취약지점이 되고 있다.
이곳을 빠져나오면 광주천이 보인다. 광주천과 대남로를 잇기 위해 지난해 설치된 ‘걷는 이 전용 다리’가 있다. 그 밑에는 옛 철길이 남아있고, 다리 가운데서 보는 광주천 주변 경관은 길을 걷다가 잠시 맛볼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 된다. 다리 형태가 부자연스럽기는 하지만 나름의 멋을 살려 푸른길을 연결시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대남로의 푸른길 역시 보도와 중첩되고 있다. 폭 5m가 넘는 보도와 푸른길이 1km가 넘는 공간을 함께하고 있으며 그 기능이 중복된다는 점에서 추후 공간구성 및 배치를 고민해야하는 과제가 남겨 있다. 정자와 나무데크, 건강기구, 벤치, 쉼터 등 각종 시설이 중복 설치돼 있고, 일부는 고장이 나거나 녹슨 채 방치돼 있는 것도 있었다. 길을 걸으며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푸른길공원 외의 공간도 있었다. 광주사람으로 중국의 음악성인으로 불리는 정율성의 상이 있으나 정작 지역민들을 위해 설명하는 글귀는 없이 오직 중국어로 된 표석만 있을 뿐이다.
이모(여·45)씨는 “이 길을 자주 오가지만 정율성씨가 누군지 모른다”며 “어떻게 한국에서 중국어로만 된 동상 안내판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도심에서의 길은 그것 하나만으로 높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푸른길공원의 조성 배경과 목적은 모두의 공감대를 얻었으나 이후 공원으로부터 주변의 주택 및 상업시설을 연계하고, 어떠한 시설을 설치하며, 도심 곳곳에 산재돼 있는 역사·문화시설을 복원 또는 신설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푸른길공원을 만들었다는 광주의 ‘자긍심’은 지난 2001년 본격적인 조성에 들어간 지 10년 만에 그 정점에서 하락하고 있는 듯하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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