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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주민이 꿈을 꾸는 또 하나의 집
박형동 관장 ‘풀꽃동산 두 달 운영해 보니’

2010. 06.19. 00:00:00

개관 두달을 맞는 풀꽃동산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예쁘게 자라고 있다. 〈풀꽃동산작은도서관 제공〉

지산동에 ‘풀꽃동산작은도서관’을 연지 두 달이 넘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마을 안에 있어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대출과 열람 등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성실하고 친절한 활동으로 차츰 기대하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첫째 마땅한 학습장소를 찾지 못한 중·고·대학생들, 둘째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유치원생들을 포함한 어린 초등학생들, 셋째 자녀교육을 위해 좋은 일이 없을까 하고 찾아와 보는 부모들, 그리고 몇몇 나이 든 분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일은 겨우 한글을 깨우쳤을까 말까한 어린아이들이 짝을 지어 찾아와 열람석에 앉아 열심히 책을 읽는 것이었다. 얼마나 사랑스럽고 대견한지… 그런 애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감이 넘쳐난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책이 귀했다. 학교의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다 보는 것이 거의 전부였는데, 나는 학교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다시피 했다.
나는 내 인생을 가장 기름지게 한 토양이 바로 이때의 독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안다. 밤늦도록 책에 묻혀 사는 것이 체질화된 것도 다 그 때 얻은 형질임에 틀림없다.
독서는 이렇듯 중요하다. 특히 어렸을 때의 독서는 그 영혼을 맑고 건강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책에 빠져든 어린아이들을 보면 그지없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직 다 채워지지 못한 서가를 볼 때마다 내 마음에 구멍이 나서 찬바람이 숭숭 불어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차츰 채워지겠지만, 빈 서가를 볼 때마다 내 능력과 정성이 그만큼 부족한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나는 늘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도서할인점을 기웃거린다. 다음에 형편이 되면 유아용 도서나 지능개발을 위한 용품을 구입해야겠다.
우리 풀꽃동산작은도서관에서는 지난 5월 29일에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조선대 의과대학 소아과 문경래 교수와 김미형 굿모닝치과 원장, 그리고 신명신 유치원장의 영유아들의 건강관리와 생활교육을 위한 강의와 만찬이 이어졌는데, 20여 가정의 부모들이 열심히 청취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록 작은도서관이지만 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반응이 좋아 제2, 제3의 세미나를 계속 열기로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 방학에는 지난 겨울방학처럼 중·고등학생들에게 유익한 강의와 학습도우미 활동,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한 공간과 식사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
어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시내버스비를 얇은 봉투에 담아 드렸는데, 그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원해서 하는 일인데 무슨 교통비냐?’고 받지 않으려고 하는 통에 한참동안이나 실랑이를 벌려야 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도서관을 지켜주는 자원봉사자들을 볼 때마다 내 가슴속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절절하게 버무려져 온다.
살아가는 것이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섬김이 있기에 세상은 살맛나는 것이리라. 이것은 책의 바깥에서, 그러나 책과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 화롯가의 이야기 같은 것이다.
그래서 따뜻하고 행복하다. 풀꽃동산작은도서관! 우리 도서관은 바로 그런 곳이다.
<시인·풀꽃동산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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