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지옥을 벗어나 상아탑으로 들어가기까지 그동안 노고가 많았구나. 코흘리개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훌쩍 자란 키와 든든한 어깨에 대견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네가 성인이 되어 헤쳐 나가야 할 험난한 세파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생각이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는구나. 이제까지 자라 왔던 온실을 떠나 이제부터는 자립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는 너에게 서너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대학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학문연마라는 점은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전공분야의 지식을 철저하게 갈고 닦아, 적자생존의 사회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강인한 도구를 빈틈없이 준비하기 바란다.

알다시피 오늘날 직업의 영역은 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대학에도 이제까지 듣지도 못했던 새로운 학과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추세란다. 이는 현대사회가 과거에 비해 그만큼 더 세분화되고 깊은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지. 따라서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갖추는 것만이 비바람 치는 세상에서 뿌리를 굳게 내릴 수 있는 길이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항상 배려와 관용의 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비록 적자생존이 우리 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라 할지라도, 네가 쌓은 전문지식이 타인에게 날카로운 비수로 작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경제적 효용성만이 최우선시 되는 현대사회의 이면에서 인간의 가치관은 급변하고, 자기중심적인 욕망은 나날이 팽배해 가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지니기 바란다. 학문이나 예술의 진보, 과학기술이나 경제의 발전이 지향해야 할 점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더욱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 않겠느냐.

세 번째로는 멋을 아는 사람이 되길 빌겠다.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편협한 지식만이 아니라, 문학 음악 미술 등에 대한 폭넓은 교양을 쌓아 삶을 풍요롭고 기름지게 가꿔가길 바란다. 더구나 네가 대학에서 공부할 전공은 자연과학 분야이므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그리고 예술 분야 등에 대한 독서를 통하여 조화로운 사고와 균형감각으로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눈을 길렀으면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 같지만 끝으로 한 마디만 더하고 맺고자 한다. 이제는 향후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역할로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하는 목표를 보다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정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설계를 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4년이란 기간이 넉넉한 시간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나의 경험으로 보더라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란다. 먼 훗날 대학시절을 회고하며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하였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아무쪼록 대학생활의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연착륙하길 빌겠다.

▲김현석<광주시 남구 봉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