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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조합장 선거 ‘틀’ 바꿔야

2009. 11.11. 00:00:00

“농협 선거요? 돈으로 표를 사는 선거지요.”
최근 만난 A씨는 농협 조합장 선거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조합장에 출마했던 ‘악몽’을 애써 떠올리기 조차 싫은 표정이었다.
그는 올 하반기 전남지역 모 농협 선거에 나섰다가 ‘돈 선거’의 실상을 뼈저리게 느꼈다. ‘선거 직전 수억원대의 뭉칫돈을 풀었다’고 소문이 난 상대 후보가 몰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농협 간부 출신이라는 ‘메리트’도 ‘돈 봉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상대 후보가 돈을 쓴다는 말에 아랑곳 않고 당당하게 선거를 치렀는데, 결과는 참담했다”며 “돈을 쓰지않고는 결코 조합장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광주·전남지역 농·수·축협의 조합장 선거가 ‘부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당국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조합장 선거가 금품살포와 음식물 제공 등 각종 불·탈법 행위로 얼룩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광주·전남에서 치러진 조합장 선거 76곳 중 28곳에서 무려 40건의 불·탈법 행위가 적발됐다. 선거구 3곳 중 1곳 꼴로 부정행위가 발생한 셈이다. 또 금품과 음식물 제공이 전체 적발건수의 절반을 넘는 21건을 차지해 ‘돈 선거’를 실태를 보여줬다.
광주지검도 올 들어 8월까지 농협 선거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34명을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금품 제공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품 수수 12명, 후보자 매수 4명 등으로 대부분 선거과정에서 ‘뒷돈’을 주고 받다가 적발됐다. 검찰은 당시 7명을 구속기소하며 불법 선거에 대한 엄단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일에도 ‘돈 선거’ 의혹이 제기된 모 농협 조합장 후보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국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선거의 ‘악령’이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조합장 선거가 ‘복마전’의 멍에를 벗기 위해선 선거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정 선거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한적인 선거방식이 되레 불·탈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돈 선거’로 인한 최대 피해자가 조합원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의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돈을 쓰고 당선된 조합장은 ‘본전’을 찾기 위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게 되고, 이는 조합의 부실 운영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농협의 경우 4년새 3차례나 선거를 치르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선거 때 돈을 받았다면, 봉투를 그대로 들고 수사기관으로 가야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조합장 선거에 대해 깨뜨릴 수 없는 ‘난공불락’으로 표현한다. 이미 ‘갈데까지 간’ 선거 풍토를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을 위해서라도 선거의 ‘틀’을 뜯어 고쳐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른 때’가 아니겠는가.
/최경호 사회1부 기자 choic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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