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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의 행복했던 10월

2009. 11.04. 00:00:00

공연을 좋아하는 K씨에게 10월은 행복한 달이었다. 10일간 계속된 광주국제공연예술제(이하 공연예술제) 덕분이었다. K씨는 프로그램이 발표되자 꼼꼼히 정보를 체크, 보고 싶은 작품을 일찌감치 예매했다. 행사 시작 후엔 다른 일정을 일체 잡지 않고 거의 매일 광주문예회관으로 출근해 ‘지킬 앤 하이드’ 등 6작품을 관람했다.
이번 공연예술제는 객석 점유율 80%, 유료 관객 80%라는 통계에서 보듯 관객들의 참여가 높았다. 광주에서 접하기 어려운 작품과 저렴한 티켓이 주효했던 덕이다. 리차드 용재오닐, 베스트 베스트, 투란도트 세 작품을 보는 티켓이 5만원에 불과해 티켓 구입하기가 미안했다는 소리가 나올만도 했다.
공연 축제의 성패는 프로그램의 경쟁력에 있다. 올 라인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예술감독이 행사 3개월 전에 선정된 점을 감안하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라인업이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상연작 대부분이 서울 공연작 중 이미 검증된 작품을 취합했을 뿐 ‘발굴’의 의미는 없었다.
관객의 열광적 반응은 광주 초연이라는 ‘희귀성’과 저렴한 가격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행운은 계속되지 않는다. 다양한 기획 등을 통해 ‘저렴한 명품 공연’이 속속 상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1일 공연될 ‘강동석·조영창 실내악’ 티켓도 1∼2만원에 불과하다. 최고의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 공연은 2일 한 기업체가 전석 초대로 진행했다.
이번 같은 ‘나열식 행사’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공연예술제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특화된 작품을 발굴하고, 때론 흥행과 관계 없이 신 문화기류를 전파하며 ‘이슈’를 만드는 선구적인 작품을 올릴 필요도 있다. 또 구색 맞추기 식으로 끼워넣는 ‘지역 작품’의 변화와 아트 마켓 등 관련 행사도 연구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 행사가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은 건 행사 때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터라 기대치가 그만큼 낮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10년 행사는 더 이상 ‘상황’을 탓하며 자족하는 상태로 치러져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시·국비 지원이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어들 판이어서 예산 확보가 급하다. 행사를 장기적으로 준비할 사무국 상시 체제도 갖춰야 한다.
또 하나, 광주시는 철저히 지원자로 남아야 한다. 조직위의 내홍으로 깨질 뻔 했던 행사를 살리고, 무리 없이 마무리한 데 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앙정부를 상대하는 예산 확보 등을 제외하고는 조직위에 100% 재량권을 주는 게 필요하다.
조직위가 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공연예술제는 생명력을 잃고 만다. 소소한 부분이지만 이번에도 행사의 성공이 특정인의 치적으로 언급되는 모습은 보기 민망했다.
수많은 K씨들의 ‘10월의 행복’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김미은 문화부 차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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