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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와 KIA 사이

2009. 10.30. 00:00:00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장면이었다. 앞선 경기에서 무던히 애를 태웠던 2년차 나지완이 외야 멀리 2009년 프로야구 마지막을 알리는 공을 날려버린 순간, 숨죽여 지내던 KIA 타이거즈의 팬들과 선수 그리고 프런트들은 마침내 뜨거운 함성을 내지를 수 있었다.
12년이 걸렸다. 해태에서 KIA로 모습을 바꾼지 8년만이기도 하다. 8년이라는 시간동안 구단과 팬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타이거즈를 인수한 후 매년 수백억원의 돈을 투자해온 구단은 KIA라는 새 모습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팬들이 야속했고, 팬들은 ‘V9’의 추억을 부담스러워하는 구단이 못마땅했다.
1980,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는 소외된 호남민의 한과 설움을 달래준 약자의 유일한 자부심이자 힘이었다. 스포츠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팀이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는 생각에 올드팬들은 KIA에 쉽게 마음을 주지 못했다.
정치적, 사회적인 변화도 올드팬들의 마음을 닫게 했다. 2000년대 들어 프로야구는 태생적 본질에서 벗어나 스포츠라는 측면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고있다. 지역색이 약화됐고, 구단들의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특정구단의 일방적인 독주가 어렵게 됐다. 올드팬들에게는 낯 설은 광경이었다. 많은 이들이 KIA를 모른 채 하며 해태의 향수에 젖는 이유다.
구단은 올드팬들의 향수를 채워주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해태의 모습을 떨쳐버리려 한 점도 있다. 많은 돈을 투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전히 해태를 연호하는 팬들이 있는 만큼 KIA에게 과거가 더욱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KIA는 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 ‘V9’의 전통을 계승했다. 과거에 대한 책임도 KIA가 가지고 있다.
올 시즌 KIA는 과거와의 조우를 위한 조심스런 시도를 했었다.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올드유니폼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지급하고, D-데이도 잡았지만 마지막까지 피말리는 1위 싸움이 이어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승의 꿈을 이룬 KIA는 야구장을 떠났던 반쪽자리 타이거즈팬을 온전한 KIA 팬으로 끌어 안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V9’이라는 성적을 안고 가기로 한만큼 팬들에게 남겨진 추억과도 동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해야할 일이 있다. 팬 서비스다. 옛 명성덕에 가만히 있어도 팬들이 먼저 찾는 전국구 인기구단이라지만, 아직은 낙제 수준이다. 다른 팀들이 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벤트를 계획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KIA는 여전히 느긋하다. 앞으로는 먼저 팬들을 찾고 이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줘야 한다. 그라운드의 주인은 선수들이지만 KIA 타이거즈의 주인은 팬이다.
팬들도 해태가 아닌 ‘타이거즈’로 현재의 KIA를 받아들여줘야 한다. 해태라는 이름도 한 기업의 상호다. KIA라는 주체가 있음에도 여전히 경기장을 채우는 해태라는 이름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김여울 체육부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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