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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정의 부작용

2009. 10.26. 00:00:00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전화벨 소리만 들려도 마음이 위축됩니다.”
요즘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의 관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검찰과 경찰이 ‘토착·공직비리 척결’을 외치며 무차별적으로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에선 이미 일부 공무원들이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구속됐다.
지난 6월엔 검찰이 광주시를 상대로 공사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달 중순께엔 지난 3년간의 공사 및 용역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주도록 전남도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특히, 전남도에선 ‘누구누구가 검찰이나 경찰, 총리실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퍼지고 있어 사업부서를 중심으로 관계자들이 몸을 한껏 낮추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곁가지로 흘러나온, 확인되지 않은 정보·첩보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산하면서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사업부서에서는 사정바람이 잠잠해질 때까지 웬만한 사업들은 아예 덮어버리거나, 추진을 보류하려는 움직임마저도 보이고 있다.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괜한 오해를 사기보다는, 사정의 거센 바람이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없는 것처럼 지내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전남도 한 직원은 “요즘 도청 청사 안팎에서 온갖 소문이 떠돌아다니고 있어 직원들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마치 모든 공직자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처럼 매도되는 상황이 몹시 불쾌하다”며 불편한 심정을 호소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공직비리 사정작업이 특정인을 음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남도의 경우 연말·연시 정기 인사를 앞두고 승진이 유력하거나 소위 ‘잘나가는’ 공직자들에 대한 음해성 루머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특정인을 겨냥해 ‘어느 기관에서 조사를 한다더라, 무슨 혐의가 있다더라’는 식으로 번지고 있는 ‘카더라 통신’은 공직사회의 화합을 해치고 동료 간의 불신을 초래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전남도 한 관계자는 “특정인 흠집 내기는 매년 인사철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숨어서 쏘는 화살은 피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며 “이번 루머들은 특히 검찰·경찰의 공직사정과 함께 퍼지고 있어 당사자들로서는 억울해도 방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에 대한 사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공직사정이 성실히 근무하는 공직자들을 위축시키거나, 일부 인사들에 의해 특정인을 음해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홍행기 정치부 차장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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