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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국감을 보라

2009. 10.19. 00:00:00

국회의 국정감사가 어느새 막판으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는 그 어느 해 보다 무기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정감사 시작 전만해도 방송법, 세종시법, 감세 등으로 팽팽한 공방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가 10·28 재보선에 ‘올인’하고 있는데다 피감기관의 ‘배 째라’식의 자료제출 거부 등 비협조로 국감의 의미마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친 ‘미디어 관련법’ 전쟁으로 인한 여야의 준비 소홀도 맥빠진 국감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감사는 여러 가지로 귀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국감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여야 의원들의 송곳 질의에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개진한 것은 물론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반대 의견도 피력했다. 때로는 이 총재가 국감 답변을 통해 한 수 가르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의원들의 고성이 들리기도 했지만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깨끗이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대부분의 피감기관장들은 국회의원의 추궁이나 질의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검토하겠다’거나 ‘추후 보고하겠다’며 대충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낙하산으로 임명된 일부 피감기관장들은 업무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해 의원들의 질의에 쩔쩔매는가 하면 엉뚱한 답변을 내놓아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이 총재가 국감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내공은 타 피감기관장들이 보고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여야 의원들도 열의 있는 준비로 국감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D 금리를 대체할 보조 금리지표 개발(강운태), 국고금 관리시스템 개선(이종구), 부동산 가격 지수 개발(김효석)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 있는 질의가 쏟아졌다.
또한, 한국은행의 방만한 경영(진수희), 수의계약 문제(차명진), 외환시스템 운영 문제(배영식) 등 뼈아픈 지적도 제기됐다.
여야 의원들은 한은 국감에서 호통을 치거나 밀어붙이기 보다는 차분히 문제점을 제기하고 개선책을 요구하는 선진국형 국감을 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물론, 이번 한국은행에 대한 감사가 모두 잘됐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일부 현안을 비껴가는 한국은행 측의 태도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한국은행의 ‘준비된 국감’은 호통과 폭로, 정쟁, 대충 넘어가기로 얼룩진 국정감사가 지향해야 할 모델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동욱 서울 취재팀장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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