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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소리 세상시름 쫓는다
우리 가락·우리 소리에 얼쑤∼
주부도 직장인도 “우린 국악인”
오늘 영상센터서 창단 연주회

2009. 06.20. 00:00:00

▲ 대금 동호회 ‘대나드리 회원들’. 20일 광주시 남구 사직공원 내 영상센터에서 그들만의 첫 연주회를 앞두고 공연에 올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우리 가락이 구성지게 울려퍼진다. 조용한 주택가 주변을 감싸듯 퍼지는, 대금 소리다.
비오는 날 전통 찻집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듣기 좋은 소리다.
귀에 익숙한,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는, 그런 소리는 아니지만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 좋다.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조금씩 깊이가 느껴지고, 어느새 대금 소리만 머리 속에 가득해진다.
광주시 서구 농성동 전남경찰청 인근 주택가에는 우리 가락이 끊이질 않는다.
대금동호회 ‘대나드리’ 회원들이 내는 대금 소리다. 모두 우리 소리, 우리 가락이 좋다는 회원들이다. 국악을 오래 들었던 사람들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들어본 뒤 대금을 배울 마땅한 곳을 찾아 ‘금용웅 대금연구소’까지 왔다가 만난 것.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라 모임도 쉽게 만들어졌다.
10대 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 주부, 회사원, 의사, 자영업자, 증권사 지점장 등으로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지만 ‘소리에 반해’ 찾아온 사람들로 우리 음악을 껴안는 숨결만은 뜨겁다.
회원 김현덕씨는 “무심코 들었던 대금 소리가 너무 좋아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인데 어디라도 갈 때면 반드시 대금을 챙기고 갈 정도”라며 “주말에는 아예 연구소에 나와 하루종일 대금을 불 때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20일 ‘대나드리 창단 연주회’를 앞둔 탓에 회원들은 연습에 한창이다. 3년 전인 2006년부터 대금을 배우기 시작한 회원들이지만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서로 가르치고 배워가며 차곡차곡 쌓은 실력으로 여는 첫번째 연주회라는 점에서 연구소는 회원들의 대금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다.
‘목포의 눈물, ‘소양강 처녀’,‘노들강변’, ‘진도아리랑’ 등으로 곡이 계속 넘어가지만, 대금을 잡은 회원들의 입은 악기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대금산조’를 연주할 때면 회원들 얼굴은 진지함이 가득하다.
실력도 수준급이다. 처음엔 소리내기도 힘들어하던 회원들이지만 어느새 고음·저음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창단 연주회가 끝난 뒤에는 독거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무료 공연을 펼칠 계획도 구상중이다.
열정은 전문 연주자 못지 않다.
대금은 소리내는데만 몇 개월 이상 걸리는 고난도 악기다. 처음 한 달은 암만 불어도 소리도 못 내는 사람들이 많다. 소리도 안 나는데 자꾸 불다 보면 머리만 어지럽다. 당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배워보겠다며 찾아왔다가 손을 들고 슬그머니 나가버린 경우도 많다.
입을 대고 부는 악기인데다, 악기마다 조금씩 소리가 다르고 음정 잡기도 까다롭다. 모양이나 강도·굵기 등이 천차만별인 대나무를 자연상태 특성에 맞춰 만들어지는 탓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자신만의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다. 연주할 때 자세도 갖춰야 하고 연습할 때 한복을 입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참아내야 한다. 이러다보니 지금 남아있는 회원들은 ‘골수 진성회원’인 셈이다.
회원들이 모이는 시간도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다. 남성 회원들의 경우 가족들과 나들이가는 대신 혼자 대금을 들고 나오는 ‘용기’도 내야한다.
하지만 매주 예정된 연습 시간보다 일찍 나와 밤 늦도록 연습하다 돌아가는 회원들이 많다.
회장 박동순(49·개인 사업)씨는 “처음에는 주말에 혼자 놀러 나간다고 가족들에게 원망도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대금 소리를 무척 좋아해 틈만 나면 연주를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랫입술 아래가 부어있거나 상처가 생긴 회원들도 많다. 취구에 입을 대고 연주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로, 악기를 다루는 신체 일부에 박힌 ‘명함’이나 다름없다.
회원 김만옥(48·장흥 장평어린이집 원장)씨는 “대금의 매력요? 불고 있으면 뒤죽박죽해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고 “연습하다 보면 2∼3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릴 정도로 재미가 붙었다”며 대금 예찬론을 폈다. 김씨는 대금 소리에 반해 남부대학에 편입, 대금을 전공한 뒤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다.
주부 회원인 박금미씨는 “처음에는 소리도 못 냈는데 조금 자신감이 생기면, 또다른 고비가 생긴다”면서 “대금이 인생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꺼번에 와 닿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깊이를 느껴가는 음악”. 대나드리 회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금용웅 대금연구소 금용웅씨는 “대부분이 우리 가락, 우리 소리가 좋아서 찾아온 사람들인데다, 연주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는 회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위직량기자 jrw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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