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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 광주클럽] 스트레스 날리고 행복 패스 건강 드리블

2008. 03.22. 12:46:28

지난 15일 오후 3시 광주 조선대학교 필드하키 운동장.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이라고 하기에는 배가 좀 나왔고, 얼굴엔 작은주름과 텁수룩한 수염을 훈장처럼 드리운 30대후반부터 40대, 50대까지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필드를 누비고 있다.
주인공은 광주일고 하키선수 출신들(72회부터 37회)로 구성된 하키 동호인 광주클럽(회장 김도순·전남하키협회 전무이사) 회원들.
준호야 여기야! 공을 받은 안용덕(58회·조선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회원이 잽싸게 오른쪽 측면을 파고 든다. 하지만 이와 맞서는 담양공고OB팀의 수비수에 걸려서 공을 뺏긴다.
담양공고는 광주일고와 함께 전남을 대표하는 고교 하키부였으며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 전남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짜임새 있는 팀웍을 자랑한다.
헉!헉! 짧은 거리지만 전력질주를 펼친 안용덕 회원의 이마에선 쉴새없이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삑∼삑! 주심의 전반 35분이 끝났다는 휘슬과 함께 선수들이 필드에 드러눕다시피 한다.
오늘 회원들의 회식을 책임질 김재옥(46회·삼진건설대표)회원이 “엄살들 피우지 말아라. 전반뛰고 이렇게 헉헉대면 어떻게 하나. 몸관리들 잘해야 겠다”고 걱정어린 충고를 한다.
고교나 대학, 실업팀에서 펄펄 날았던 화려했던 과거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전반전 내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천장현(65회·담양남초교 교사)회원이 “파이팅 하자, 파이팅” 하면서 동료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천장현 회원은 “자꾸 전반 35분 시간이 길게만 느껴져서 탈이다”며 “힘은 들지만 선·후배가 파아란 잔디위에서 이렇게 스틱을 섞으며 땀흘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본부석에서는 사업상 조금 늦게 출석한 방홍정(67회·사업)회원에게 김종일(41회) 초대회장이 “바빠도 일찍 일찍 와야지 선배들도 다 와있는데…”라며 “근데 너 사업이 잘돼서 그런건지 모르지만 뱃 살좀 빼야 겠다”는 애정어린 훈계에 좌중은 웃음꽃이 터진다.
광주일고 하키선수 출신들로 구성된 광주클럽 회원은 72회졸업생부터 37회 졸업생까지 40명. 매달 세번째 주말 3시∼5시까지 조선대학교 하키구장에 모여 담양공고OB, 목포시청, 광주일고 하키부 등과 게임을 하며 선·후배의 우의를 돈독히 하고, 건강과 화합을 다진다.
40명 전원이 출석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25명이상이 출석해 40여분 정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전·후반 35분씩 게임을 치른다.
특히 왕고참 41회 김종일 회원이 빠지지 않고 본부석을 지키고 있는데다 컨디션이 좋을때는 함께 땀을 흘리기도 해 그 이후 기수들로서는 매달 셋째주 토요일은 아예 약속을 하지 않는다. 주로 게임에 참가해 땀을 흘리는 기수들은 55회 졸업생 이후. 55회 이전 기수들은 마음은 필드를 누비고 있지만 스틱을 가지고 공을 때리는 운동이기 때문에 자칫 부상선수가 나올 우려가 있어 후배들이 왕고참 선배들의 출전을 자제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뒷짐만 지고 있을 선배들도 아니다. 지난달 후배들과 함께 게임중 손목부상을 당했던 조택주(53회·서진여고 교사) 회원은 경기를 지켜보기 보다는 필드에 서는 것을 더 즐긴다. 이같은 선·후배의 끈끈한 팀웍이 광주클럽의 멋이자 자랑이다. 잔디구장이 없어 딱히 정해놓고 만나지 못하고 년간 행사로 하키를 즐겼던 광주클럽은 최근에는 평동구장에서 1년에 3번씩 정기전을 치르면서 광주클럽의 활성화를 모색했다.
다행히도 지난해 광주에서 제88회 전국체전이 열리면서 조선대학교 운동장에 국제규격의 잔디구장이 들어섰고, 지난해 11월부터 클럽활동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김도순 회장은 “우리가 운동할 때는 전부 맨땅에서 운동을 했기 때문에 잔디구장은 생각할 수도 없었는데 이렇게 잔디구장에서 운동할 수 있어 다행이다”며 “회원들의 참석률도 높아지고 부상도 적어지고 운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만든 클럽답게 이들 회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초대 회장인 김종일 회원을 비롯해 국가대표팀 여자감독을 역임한 김도순 현 회장, 안용덕 회원과 정부진(58회·사업) 회원도 태극마크를 달고 광주일고를 빛낸 스타들이다. 정계석(60회·내몽고 실업팀감독), 회원과 모지영(59회·경주 계림고 교사)회원은 멀리 떨어져 있어 출석을 자주 못하지만 역시 태극마크를 단 회원이다.
광주클럽은 내년 광주일고 하키부 창단 50주년을 맞아 국내 고등부 하키계를 5등분 했었던 용산고, 균명고, 춘천고, 제천고 OB초청 게임을 치르는 등 클럽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계획이다.
김도순 회장은 “국제규격의 구장에서 선·후배들이 땀을 흘린다는 자체가 행복이다”며 “옛 추억을 더듬고, 선·후배의 화합과 건강을 지키면서 멋진 전통을 만들어 가는 클럽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사진=/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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